지난달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시장에서 1년여 만에 가장 큰 매도세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관들은 특히 금융위원회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발표 이후 연일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투기성 목적을 위한 ‘단타 시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1조 5603억 원을 순매도했다. 순매도액을 월별로 따졌을 때 지난해 3월(1조 7076억 원) 이후 최고치다. 이달에도 기관은 7일까지 4231억 원을 순매도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위의 밸류업 도입 발표가 있었던 1월 24일부터 이날까지 30거래일 동안 3일을 제외하고 모두 매도 우위를 보이며 2조 6827억 원을 팔아치웠다.
기관이 던진 물량은 모두 개인투자자들이 소화했다. 2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들은 1조 7214억 원을 순매수하며 월별 순매수액이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들은 이달 들어서도 7일까지 코스닥에서 5326억 원을 사들였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인 ‘기업가치 제고→투자금 유입→기업가치 제고’의 선순환 구조를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원청)과 중소기업(하청) 간 산업 이중구조를 장기 투자 유인을 떨어지게 하는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스닥 기업은 대기업의 하청 업체인 경우가 많고 중소 벤처는 모험자본의 성격을 띤 경우가 다수”라고 분석했다. 밸류업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일본도 탄탄한 중소기업 생태계가 뒷받침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일본은 100년 기업 3만여 곳 중 중소기업의 비율이 98%가 넘는다.
기관들은 공모주 매매도 상장 직후 곧바로 처분하는 단타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코셈(360350)과 이에이트(418620)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중 일정 기간 공모주를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의무보유 확약’에 참여한 기관의 비율은 각각 8.9%, 1.5%에 불과했다. 케이웨더(068100)(3.4%), 스튜디오삼익(415380)(4.3%), 포스뱅크(105760)(4.8%), HB인베스트먼트(440290)(5.8%)도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에코프로비엠(247540)·포스코DX(022100)·엘앤에프(066970)·HLB(028300) 등 대형주들이 올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하면서 ‘코스닥 디스카운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권 교수는 “코스피시장에는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여력을 충분히 갖춘 기업이 많지만 코스닥에는 그렇지 않다”며 “기업 규모 등 특성을 고려해 장기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유인책을 폭넓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