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년 전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1000억 원대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은 뒤 법원에 집행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연방지방법원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당 평결에 대한 재심 진행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배상금 지급 판결 집행을 미뤄달라며 낸 요청을 거부했다. 이번 결정으로 최근 민사소송에서 연거푸 패소하며 벌금 부담이 커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정 압박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올 1월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위자료 청구 소송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8330만 달러(약 1100억원)의 배상금을 내야 한다고 평결했다. 2023년 별도 민사소송에서 ‘트럼프가 1990년대 중반 캐럴를 성추행하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계속 캐럴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막말을 일삼아 실질적 피해를 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소 뜻을 밝혔으나 항소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판결 확정 30일 이내에 벌금액 일부를 공탁해야 한다. 이에 트럼프 측은 핵심 증거 누락 등을 이유로 판결 자체가 무효라며 재심을 요청하는 한편, 재심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판결 집행을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캐플런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판결이 나온 지 25일이 지나서 뒤늦게 집행 연기를 요청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트럼프가 공탁금을 낼 경우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도 입증하지 못했다며 “트럼프의 현 상황은 본인의 늦은 대처(dilatory actions)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항소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는 오는 11일까지 공탁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자산 부풀리기’ 사기 대출 의혹과 관련한 민사재판에서도 패소해 최소 4억5400만달러(약 6069억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 처지다. 트럼프 측은 이 판결에도 항소 의사를 밝히며 1억 달러 상당의 채권을 공탁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역시나 법원이 이를 거부해 벌금액 전체에 해당하는 액수를 공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에 벌금까지 불어나며 트럼프 캠프의 자금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트럼프 본인은 ‘돈은 얼마든지 있다’며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 5일 ‘두 소송 모두 배상금 또는 벌금은 전액 내거나 공탁금을 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돈이 많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다. 돈 걱정 안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