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올 상반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손실에 대해 배상해야 할 금액은 약 1조 84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은 금융감독원 발표 직후 투자자별 배상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보다는 배상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은행별로 수천억 원 규모의 배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감원이 발표한 배상 기준안에 따르면 은행권의 올 1~2월 만기 도래 홍콩H지수 ELS 잔액은 1조 9000억 원이며 총손실 금액은 1조 원에 달했다. 누적 손실률은 53.5%를 기록했다. 범위를 올 상반기까지 넓히면 은행권의 만기 도래액은 8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말까지 홍콩H지수가 2월 말 수준(5600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손실 금액은 4조 6000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에서는 ELS 손실 평균 배상 비율이 DLF 때보다 낮은 40~50%에 수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수의 투자 손실 사례가 20~60% 범위 내에 분포하는 데다 DLF 사태 때와 비교해 상품 특성이나 소비자 환경 변화 등을 감안할 때 판매사의 책임이 더 인정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DLF 사태 당시 은행권의 자율 배상액은 2349억 원으로 전체 손실액의 58.4% 수준을 기록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DLF 때보다 전반적인 배상 비율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토대로 은행권의 평균 배상 비율을 40%로 가정하면 올 상반기 배상 금액은 1조 8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별로는 판매 잔액 비중이 51%로 가장 높은 KB국민은행이 92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배상하게 된다. 올해 하반기에도 홍콩H지수가 반등하지 못한다면 조 단위 손실도 고려해야 하는 수준이다. 판매 비중이 14~15%대로 비슷한 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은 2500억~2700억 원을 분담하고 SC제일은행이 1000억 원가량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ELS 판매액이 400억 원에 불과한 우리은행은 배상금이 60억~100억 원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별 사례에 대해 판매사인 은행과 투자자인 고객 책임을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따라 배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며 “고객별로 사례가 다양한 만큼 구체적인 배상 규모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배상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배상안에서 빠지는 방안이 고려됐던 증권사 온라인 판매분도 배상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기본 배상 비율이 적용되는 증권사는 1~2곳 정도에 불과해 은행권에 비해서는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홍콩H지수 ELS의 총판매액 중 증권사 판매분의 올해 1~2월 손실액은 2000억 원 수준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보다 증권사 책임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의 평균 배상 비율은 20~3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