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간 혼인 금지 범위 축소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 4명 중 3명은 근친혼의 적절한 금지범위로 ‘현행과 같은 8촌 이내’를 꼽았다.
법무부는 친족 간 혼인 금지에 관한 우리 국민 정서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6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3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근친혼 금지 범위에 대해 75%의 응답자가 '8촌 이내'를 꼽았다. '6촌 이내'가 적절하다는 응답은 15%, '4촌 이내'가 적절하다는 응답은 5%로 조사됐다.
근친혼 금지 조항이 혼인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도 74%가 '그렇지 않다', 24%가 '그렇다'고 답했다.
근친혼 논란은 2022년 10월 헌법재판소가 8촌 이내 혈족 간 혼인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보는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점화됐다. 헌재는 “8촌 이내 혈족 금혼조항은 혼인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올해 말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8촌 이내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할 수 없도록 하는 민법에 대해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한 재판관 4인은 “혼인의 자유는 보편적 인권으로서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관념”이라며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 일본 등 다수 국가들도 금혼의 범위를 상대적으로 좁게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법무부는 법 개정을 위해 다양한 국가의 법제 등에 대해 전문가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 용역을 맡은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혼인 금지 범위를 4촌 이내 혈족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성균관 및 전국 유림은 "가족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는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통념으로 받아들여 온 근친혼 기준을 성급하게 바꿔서는 안 된다”며 “가족 해체는 물론 도덕성 붕괴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유림은 혼인 금지 축소와 관련한 법무부 연구 용역 철회를 요구하며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아직 개정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가족법 특별위원회의 논의를 통한 신중한 검토 및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민정서를 반영할 수 있는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