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악의 참사로 꼽히는 체르노빌 방사능 오염사고가 발생한 지 38년이 지난 가운데 이 지역에서 방사성 물질에 영향을 받지 않는 벌레가 발견됐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는 미국 뉴욕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을 인용,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 주위에 사는 벌레를 분석한 결과 방사성 물질에 면역력을 가진 선충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사고는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북서쪽 원자력 발전소에서 원전 4호기가 폭발하며 발생했다. 이 사고로 아이오딘, 세슘, 제논, 크립톤 등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 원전 4호기는 지금도 방사선을 내뿜고 있다.
당시 20만 명 이상이 피폭됐고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이후 인근 30km가 출입금지구역(CEZ)으로 지정돼 사람의 접근은 차단됐지만, 오늘날 많은 동식물이 이 지역에서 계속 살고 있다.
뉴욕대 연구팀은 출입금지 구역에 사는 일부 동물과 다른 지역의 동물의 신체적·유전적 차이에 집중했다. 특히 특정 종이 방사선에 더 강한 저항성을 갖도록 진화했는지 연구했다.
연구팀은 게놈(유전체)이 단순하고 번식이 빠른 벌레인 선충에 주목했고, 체르노빌 지역을 포함해 도심, 우주 공간과 비슷하게 방사선이 나오는 지역 등에서 사는 선충을 수집했다.
수집한 선충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체르노빌에 사는 특정 선충의 유전자가 방사선으로부터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 벌레는 어디에나 살며 수명이 짧기 때문에 일반적인 척추동물이 성숙하기 전에 이미 수십 세대의 진화를 거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가 체르노빌 지역이 방사선에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부 선충류의 경우 강한 회복력이 있고 극한의 조건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