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오늘은 이 색상이 더 좋을까요. 아니면 이 문양이 나을까요.” 출근길에 어떤 넥타이를 맬지를 두고 나누는 아내와의 대화다. 60이 넘은 나이지만 매번 고민하게 되는 소소한 일상들. 하지만 어느 것을 선택하든지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짬짜면과 반반 치킨이 나오게 된 것도 이러한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마라탕과 떡볶이를 혼합한 마라 떡볶이가 유행이라고 한다.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까운 고민의 순간, 짬짜면과 마라 떡볶이는 최고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병역도 이제는 선택이 가능한 시대가 되고 있다. 물론 병역 의무의 이행을 하고 말고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해야 하는 의무의 영역에서 나의 적성에 맞고 내가 가진 취미와 특기·전공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곧 최선의 선택지가 아닐까. 병역이 국민의 신성한 의무이지만 학업이나 사회 경력과의 단절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병역과 진로가 서로 잘 연계만 될 수 있다면 병역에 대한 청년들의 고민과 불안감도 크게 해소되지 않겠는가.
‘청춘 디딤돌 병역진로설계’ 사업은 병무청이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청년 정책이다. 청년들이 군 복무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극복하고 병역 이행이 사회 진출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사업의 목표다.
2019년 첫 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는 서울과 부산 등 전국 8곳의 ‘병역진로설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개인의 적성과 전공에 맞는 군 복무 분야와 전역 후 진로를 체계적으로 설계해주고 있다. 올해는 울산·창원·의정부 3곳에 추가로 지원 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진로 설계의 성과는 지난해 지원 센터를 방문한 병역 의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이미 확인됐다. ‘병역 설계가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71.5%에 달했다. 병무청이 추천한 특기로 입영한 비율도 70.0%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경기도에 있는 자동차 관련 특성화고와 자동차 정비 업체를 방문해 체감했다. “적성에 맞는 군 특기를 추천받고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특성화고 학생, “진로 설계를 통해 차량 정비 분야에서 군 복무도 하고 관련 업체에 취업까지 할 수 있었다”는 전역자와의 대화에서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국갤럽에서 군 복무와 관련해 5년 주기로 실시하는 설문 조사가 있다. 가장 최근에 실시했던 2021년도 조사에서 ‘군대 생활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 중 39%가 ‘시간 낭비’, 20%가 ‘사회 적응에 도움이 안 됨’으로 대답을 했다. 2026년 조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며 병역 이행을 앞둔 청년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내일의 진로 또한 함께 고민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