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지난 9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시범경기 개막 이후 드러난 부실한 서비스에 사과했다. 이달 23일 정규 리그 개막 전까지 미흡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12일 서우 마포구 CJ ENM(035760)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료 서비스보다 못하다는 지적을 뼈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시범 중계 서비스가 미흡했던 점은 충분히 인지했고,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티빙은 최근 KBO와 ‘2024~2026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지상파 3사 중계와는 별개로 뉴미디어 분야에서 KBO 리그 전 경기와 주요 행사의 생중계, 하이라이트, 주문형비디오(VOD) 스트리밍 권리 등을 2026년까지 보유하게 됐다. 계약 규모는 3년간 총 1350억 원으로 국내 스포츠 사상 최대다.
지난 9일 시범경기 중계를 시작한 티빙은 기초적인 야구 용어를 잘못 표기했고 핵심 정보도 틀려 야구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다시보기·하이라이트·주요 장면 등 영상 제목이 '1화' '2화' 식으로 표기돼 가시성이 떨어지고 문자 중계도 부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5월부터 최소 월 5500원(광고형 스탠더드 요금제)를 지불해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생중계를 볼 수 있기에 불만의 목소리는 커졌다. 최 대표는 "20년 전 야구에 입문할 때 볼넷을 이해하지 못했던 과오를 저질렀다.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며 "KBO 리그 중계를 위해선 굉장히 많은 파트너들과 합이 맞아야 하는데 이 프로세스가 미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 개선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개발자만 한 50~60명이 KBO 태스크포스(TF)를 통해서 모두 붙어서 이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며 "개막전 때는 이슈 없이 나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빙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득점 등 주요 장면을 모아볼 수 있는 ‘타임머신’ 기능, 하루 4개 동시에 볼 수 있는 ‘멀티뷰 시청모드’, 중계 음성만 들을 수 있는 ‘오디오 모드’ 등의 기능을 선보인다. 단체 채팅 기능인 ‘티빙 톡’을 최대 50만명까지 접속 가능한 구단별 응원방으로 고도화하며 디지털 응원 문화를 독려한다. 문자 그래픽 중계에는 국내 최초 투구타율 예측 서비스도 도입힌다. 구독료 수익을 일부 야구 중계에 다시 투자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메이저 리그(MLB)에서만 보던 중계'라는 얘기 나올 수 있을 정도로 투자하겠다”며 “투자를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티빙은 특화 콘텐츠도 제작한다. 매주 한 경기를 선정해 진행되는 ‘티빙 슈퍼매치(TVING SUPER MATCH)’에서는 타구를 추적하는 트래킹 캠(CAM), 경기 중 음성 녹음, 360도 회전하는 4D 캠 등을 제공한다. 티빙 슈퍼매치는 23일 한화 이글스 대 LG 트윈스의 개막전에서 처음 공개된다. KBO의 40년이 넘는 아카이브를 활용한 ‘레전드 명승부’, ‘대표 선수 100인 다큐멘터리’, ‘KBO 랭킹쇼’ 등도 기획하고 있다. 연간 1만 6000개 이상의 클립 영상을 제공해 관심을 제고한다는 목표다. 전택수 티빙 최고제품책임자(CPO)는 “궁극적으로는 스포츠 라이프, 스포테인먼트를 제안하는 게 새 목표다”라며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등도 KBO 팬들에게도 큰 만족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티빙은 2차 창작을 허용해 '밈'과 '움짤'을 적극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40초 미만 분량의 경기 쇼츠 영상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현진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콘텐츠 유통을 통해 접근성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규 팬 유입을 도모하겠다”며 “다양한 플랫폼에서 많은 프로야구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야구를 보는 재미가 확실히 배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티빙은 성공적인 야구 중계로 연내 월간 1000만 명 수준의 트래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광고 스탠다드 요금제와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트래픽을 활용한 광고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라이브 중계권은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VOD의 재판매 가능성은 열어놨다. 최 대표는 “혁신을 통해 프로야구 업계와 시너지를 내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유료화를 통한 수익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선순환 과정을 진정성 있게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