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브레이크 걸린 전기차 대중화에 가속 페달을 밟기 위해 파격적인 전기차 리스 상품을 내놓았다. 가격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비싸지만 리스·렌털료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 전기차(EV) 전용 리스·렌털 프로그램이 주인공이다. 리스·렌털비 자체를 낮게 책정했고 충전 비용까지 지원해 월 이용료가 가솔린 모델에 비해 수십만 원까지 저렴하다. 최근 성장세가 멈춘 국내 전기차 판매에도 이 상품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최근 현대차 EV 구매 고객을 위한 특화 금융 프로그램인 ‘EV 올인원 리스·렌트’를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현대차의 주요 전기 차종을 대상으로 월 이용료 부담을 낮추고 전기차 충전 혜택을 제공해 동급의 내연기관 자동차 임대 상품보다 더 저렴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임대 상품 계약 만료 시점의 중고차 가격인 잔존 가치를 내연기관 자동차 잔존 가치보다 높게 설정해 이용료 부담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차량 가격이 5410만 원인 ‘아이오닉 5’ 구형 모델의 월 리스료는 60만 원이다. 비슷한 크기지만 차량 가격은 2000만 원 이상 저렴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리스료 67만 원)보다 10%가량 더 싸다. 차량 가격 5605만 원인 ‘아이오닉 6’는 월 리스료가 63만 원으로 비슷한 체급인 ‘쏘나타’의 월 리스료(77만 원)보다 14만 원 저렴하다.
여기에 전기차 무료 충전 크레디트를 제공해 이용료를 더 낮췄다. EV 올인원 리스·렌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매달 8만 원 상당의 충전 크레디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현재 전기차 초급속충전 단가가 1㎾h 당 347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전비가 6㎞인 아이오닉 6의 경우 매달 1300㎞ 정도 주행하더라도 충전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 반면 주유비 지원이 없는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휘발유 차량이 매달 1300㎞ 정도를 주행하면 주유비는 16만 원(ℓ당 1631원, 연비 13.5㎞/ℓ 기준) 정도가 든다. ‘코나’의 경우 전기차 모델의 월 리스료는 가솔린 모델에 비해 5만 원 정도 비싸지만 주유비(16만 원)를 포함하면 전기차 모델이 11만 원 정도 싸다.
현대캐피탈이 업계 최초로 EV 전용 금융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최근 성장세가 주춤해진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15만 8009대로 전년보다 103대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2~3년간 해마다 판매량이 두 배씩 뛰어오르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전기차 시장이 상당히 위축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는 차량 가격이 내연기관보다 비싸 리스료가 더 높았다”며 “리스료가 저렴해진 만큼 전기차를 찾는 사람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30% 높게 잡은 현대차도 현대캐피탈이 EV 전용 금융 프로그램을 내놓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 출시 직후 현대캐피탈과 현대차는 추가 협의를 통해 차량 인도 가격 등을 조정, 최초에 정해놓았던 리스료를 더 낮췄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처음 선보인 EV 전용 상품이라 제조사들도 관심이 높다”며 “고객들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위해 협의를 거쳐 리스료를 더 저렴하게 재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