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과 핫라인(직통전화)을 구축하고 자율 협약을 체결해 소비지 피해를 막기로 했다. 다만 정부의 뒷북 대응과 낮은 실효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해외 직구액(6조 8000억 원)이 1년 전(5조 3000억 원)보다 약 27% 늘고 지난달 기준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8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해외 플랫폼 이용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공정위는 우선 상반기 중 한국소비자원과 해외 플랫폼 간 핫라인을 구축해 발생 빈도가 높거나 규모가 큰 소비자 피해 대응을 위한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첫 핫라인 구축 대상은 알리다. 해외 직구 물품에 대한 통관 절차도 강화한다. 특허청의 모니터링 업무와 관세청의 국경 단속 업무를 연계해 가품 직구를 원천 차단한다. 통관 단계의 가품 적발 근거를 강화하기 위해 하반기 중 상표법 개정도 추진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 달 중 혈당계·혈압계·양악기, 다이어트 제품 등을 중심으로 불법 유통 및 부당 광고 특별 점검도 실시하기로 했다.
위해 물품의 국내 유통을 막기 위해 상반기 중 해외 플랫폼과 자율 협약 체결도 추진한다. 협약을 체결한 해외 플랫폼 사업자는 자발적으로 위해 물품 모니터링과 유통 차단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외 플랫폼의 소비자 보호 조치를 점검하기 위한 실태 조사도 상반기 내 추진한다.
국내 유통 업계는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픈마켓 셀러와 e커머스 업체들이 요구해온 중국산 제품에 대한 안전 인증 규제 적용 등이 빠진 것에 대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일회성으로 수입되는 상품은 국가통합인증마크(KC) 획득 의무가 없다. 알리·테무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이 해외 직구로 국내에 들여오는 상품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오픈마켓에 입점한 한국 셀러는 해외에서 상품을 가져올 때 KC인증을 받아야 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해외 직구 제품도 KC인증을 받게 하려면 안전관리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 동의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KC인증은 전자파 인증 등 각종 적합성 평가까지 하게 되면 기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 부담이 크다”며 “중국 e커머스 업체도 최소한 국내 셀러들이 감당하는 수준 만큼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의 실효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해외에 본사를 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공정위의 직권조사와 규제 집행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알리·테무 등이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의 자율에 초점을 맞춘 협약 체결은 뒷북 대응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 측은 “국내외 업체 차별 없이 법 위반 행위에 적극 대응해왔다”며 “그동안 해외 업체도 국내 지사나 대리인을 통한 자료 제출 명령 등으로 조사·조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