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금융지주 알짜자본 줄어든다"…주주환원책 '먹구름'

◆ELS 배상액 시뮬해보니…4대 지주만 3조 이상

KB금융 자본비율 0.54%P 하락

금융그룹 줄줄이 13% 이하로

운영리스크 반영땐 악화 가능성 ↑

주주환원 확대책 차질 우려 고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금융 지주들이 거액의 손실 배상금을 물게 되면서 주주 친화 정책 확대에 적신호가 켜졌다. 순이익 감소와 함께 위험가중자산(RWA) 운영 리스크가 커져 주주 환원 지표인 보통주 자본비율(CET1)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금융사들이 주주 친화 정책 시행 확대에 제약을 받게 되면 이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효과도 반감될 것으로 우려된다.







13일 금융권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홍콩H지수가 현재 수준으로 연말까지 이어지고 은행들의 평균 보상 비율을 50%로 가정할 경우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 지주의 CET1이 지난해 말보다 30~50bp(1bp=0.01%포인트)가량 하락해 대부분 13%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올해 말 예상 위험가중자산(RWA)과 보통주 자본은 2021년부터 가중평균 증가율로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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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4대 금융 지주의 홍콩 ELS 판매 규모는 총 12조 4000억 원으로 현재 지수 기준으로 올해 말까지 6조 2000억 원대의 손실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가운데 50%를 배상한다고 보면 4대 지주만 3조 원이 넘는 배상금을 내놓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융 지주별 배상 규모를 반영한 올해 말 CET1은 KB금융(105560)의 경우 13.58%에서 13.04%로 0.54%포인트나 떨어지고 하나금융은 0.39%포인트 하락한 12.83%, 우리금융은 0.01%포인트 내린 11.93%, 신한금융은 0.13%포인트 줄어든 13.0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KB금융과 신한금융만이 13%를 간신히 사수하고 나머지 금융 지주들은 모두 13%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금융 당국은 CET1 가이드 라인을 13%로 제시하고 이를 넘어설 경우 주주 환원을 확대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CET1은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순수한 자본력으로 보통주 자본(분자)을 RWA(분모)로 나눠 계산한다. RWA는 신용·운영·시장 리스크 등 세 가지를 합산한다. 홍콩H지수 ELS 배상금으로 금융 지주들의 CET1이 대부분 13% 아래로 떨어진다면 주주 환원 확대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운영 리스크까지 감안하면 금융 지주들이 추진 중인 총주주 환원율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금융 당국이 경기 하강에 대비해 도입한 경기 대응 완충 자본과 스트레스 완충 자본, 특별 대손 준비금 제도 등에도 대비해야 해 자본 부담이 막중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CET1 하락 폭이 이보다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주주 친화 정책 제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CET1 산출 시뮬레이션에는 각 금융 지주별로 복잡한 가정과 산식이 필요한 운영 리스크를 배제하고 단순 손익 감소 영향만을 고려한 것이기 때문이다. 손실 배상금과 과징금을 물게 되면 운영 리스크가 늘어나 CET1의 분모인 RWA가 증가해 지표는 더 악화할 수 있다. 또 운영 리스크는 바젤3 국제 기준에 따라 향후 10년간 자본 비율에도 영향을 준다. 올해 홍콩 ELS 사태로 발생한 비용은 2033년까지 위험 가중 자산에 반영해야 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10년간 잠재적 손실을 반영하면서 금융 지주의 배당 정책도 장기간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건전성 제고를 위해 금융사들이 신종 자본 증권으로 자본 확충을 해놓고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날 “BIS 비율 규제가 8%인데 5대 시중은행의 경우 15.31%”라면서 “예를 들어 1조 원 이상 비용 부담이 필요하다면 0.2%포인트가량의 BIS 비율 하락을 초래하는 수준”이라며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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