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로터리] 소비자는 항상 옳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1969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스튜 레너드라는 사람이 작은 식료품점을 열었다. 이후 7개의 대형 점포를 소유한 ‘슈퍼마켓계의 디즈니’로 번창하게 됐다. 이 회사는 고객 우선 철학으로 유명하다. 특히 초창기 일화는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한 할머니가 구입한 달걀이 상했다며 교환을 요구했지만 직원들은 오히려 그를 의심했다. 낙심한 할머니는 “우리 집은 20㎞나 떨어져 있다네. 내가 거짓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는 말인가? 다시는 오지 않겠네”라고 말했다. 이를 보던 사장은 어떠한 경우라도 고객을 의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다음과 같은 규칙을 매장에 걸고 직원들을 교육시켰다. “규칙1, 고객은 항상 옳다. 규칙2, 고객이 틀렸다고 생각되면 규칙1을 다시 읽어라.”

소비자는 항상 옳다. 적어도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말의 참뜻은 고객의 터무니없는 요구에도 따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항상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의 변화하는 수요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요구가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수요에 부응하는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보험 소비자의 욕구도 계속 변화해왔고 생명보험 산업은 이에 응전해왔다. 1970년대까지는 높은 교육열과 경제개발을 위한 저축 장려 정책에 따라 교육보험·저축보험이 주류를 이뤘다. 1980년대에는 암 보험, 상해보험 등 보장성 보험이 본격적으로 판매됐고 1990년대에는 외국계 생보사를 중심으로 종신보험이 주력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는 변액보험이 출시됐고 2010년대에는 저금리로 비싸진 보험료에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자 해약 환급금을 축소해 보험료를 낮춘 무(無)·저(低)해지 환급형 상품이 등장했다.

관련기사



최근 보험 소비자의 욕구가 또다시 급변하고 보험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시장 포화와 급속한 저출산에 따라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1인 가구 증가와 맞벌이의 보편화로 사망 보장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고령화로 연금 시장 확대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보험 회계 도입 이후 연금보험은 보험사의 수익에 기여하는 바가 낮아졌다. 건강보험 등 제3보험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생·손보사는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럴수록 변화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고 상품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경쟁력를 확보하는 것이 보험사들이 해야 할 일이다. 정부도 공정한 시장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의 자발적인 노후 대비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언제나 소비자는 옳다. 생명보험 산업은 이제 다시 새로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써나가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