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포스코그룹 회장과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배당에 대해서도 행동주의펀드 대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14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포스코홀딩스와 삼성물산·대한항공·KB금융·하나금융지주 총 5개사 주주총회 안건에 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수책위는 장인화 후보를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하는 건과 관련해 찬성하기로 했다. 수책위의 결정으로 포스코에 KT와 같은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가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대표적인 소유 분산 기업으로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국민연금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국민연금의 결정이 다른 주주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6.38%다.
국민연금은 또 ‘호화 이사회 논란’이 일었던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과 권태균 전 조달청장 사외이사 재선임에도 부정적이었던 당초 입장을 바꿔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두 후보가)기업 주주가치 제고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저격해 재선임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지만 수책위는 의결권 자문사 등의 찬성 여론을 참고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와 ISS는 주주들에게 포스코의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하라고 권한 바 있다.
삼성물산 배당에 대해서는 행동주의펀드 대신 회사 측 입장을 받아들였다. 국민연금은 이익배당과 이익잉여금 처분 계산서 승인 안건과 관련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하다’며 회사 측이 제안한 안건에 찬성했다. 자기주식 취득 건에는 반대 결정을 내렸다. 앞서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과 미국의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5개 행동주의펀드는 삼성물산 보통주 한 주당 4500원(우선주 4550원)의 현금 배당과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해달라고 삼성물산 측에 요구한 바 있다.
대한항공 안건 중 조원태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건에 대해서는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해 감시 의무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다만 국민연금은 2021년에도 조 회장에 대한 재선임을 반대했지만 지분율이 8.52%에 불과해 입장을 관철하지 못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주총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했다. 해당 회사들의 주총은 △삼성물산 15일 △포스코홀딩스·대한항공 21일 △KB·하나 22일 등이다.
/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