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님, 굿즈(=기념품) 좋아하세요? 좋아하는 아이돌의 로고가 새겨진 키링이나 영화제의 추억을 담은 에코백, 뱃지나 엽서 같은 것들. 사실 별 쓸모 없는 물건이라는 걸 알지만 구매를 참기도, 나중에 버리기도 힘든 게 이 굿즈 아닌가 싶은데요. 그런데 여기 글로벌 규모의 축제를 열면서도 20년 동안 공식 굿즈라는 걸 만들지 않은 지독한(?)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환경재단에서 주최하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인데요. 영화제야말로 홍보와 팬덤 형성이 중요한 축제 오브 축제잖아요. 어떻게 친환경이라는 목표를 놓치지 않고 행사를 알리고 운영하는지, 그 노하우가 궁금해 환경재단으로 직접 찾아갔어요.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사무국 강세리 매니저님을 만나 탈탈 털어온 친환경 행사 노하우 지금 풀게요!
필요한 만큼만 만듭니다(그래서 가방 16개만 만든 이야기...)
자 우선, 굿즈가 없다면서 위에 사진 속 물건들은 다 뭐냐! 이렇게 궁금해하실 용사님들이 있을텐데요. 판매용 굿즈가 아니라 영화제에 참석한 관계자, 자원봉사자에게 또는 이벤트 용으로 제공되는 물품입니다. 그것도 미리 필요한 수량을 조사해서 딱 필요한 만큼만 제작하는데요. 이벤트 당첨자에게 선물하기 위해 위 사진 속 가방을 16개만 제작한 게 대표적 사례. 또한 이런 물건들의 소재는 100% 직전 년도 영화제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서 사용해 더욱 특별합니다. 결론은 영화제 굿즈라는 명목으로 일반 관람객들이 살 수 있는 물건은 슬프지만 단 한 개도 없습니다. 제목 그대로 굿즈 없는 축제인 거죠.
강세리 SIEFF 매니저님께 친환경 굿즈를 만들 때 고려하는 것들을 여쭤봤어요. 강 매니저님은 "기성 제품에 밀리지 않는 예쁘고 쓸모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업사이클링 제품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쓸모없는 물건들도 많다. 예를 들면 몇 번 쓰고 마는 리유저블 컵 같은 것. 결국 사용하지 않게 되고, 어딘가에 방치돼 굴러다니는 걸 보면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 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어요.
제품을 만드는 한 단계 한 단계마다 환경을 1순위에 놓고 타협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였어요. 예를 들어 현수막을 재활용한 돗자리를 만들 때 제작사로부터 방수 코팅을 하는 게 좋다는 권유를 받았지만 끝까지 거절했다고. 강 매니저는 "이 정도면 코팅 없이 사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코팅을 하지 않았다. 또 첫 번째로 시도한 돗자리는 보관 주머니와 돗자리를 별도로 만들었는데 최근엔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체형으로 디자인을 변경하는 등 환경을 위해 꾸준히 업그레이드 한다. 지구의 편에서 환경을 덜 해칠 방법을 매 순간 고민한다"고 전했어요.
️티켓 없는 영화제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굿즈를 팔지 않는 것 외에도 SIEFF 운영 전반에는 친환경 키워드가 녹아 들어 있어요. 가장 단적인 게, 작년까진 종이 티켓이 아예 없었어요. 영화제에 티켓이 없었다니 상상이 가세요? 그럼 어떻게 관객 관리를 했느냐 여쭤보니 구글 폼에 신청 받아 일일이 확인하셨다고! 올해는 오프라인 행사 규모가 커져서 티켓 시스템을 만들긴 했지만 여전히 온라인 예매 위주로 운영 중이래요. 또, 영화관에 흔한 미니 포스터 등은 제작하지 않고 프로그램북만 최소 수량으로 찍어요. 프로그램북은 당연히 홈페이지에서 PDF로 확인 가능. 영화제 현장에서는 대형 현수막 대신 TV에 프로그램을 띄우고, 티켓 부스는 최소한으로 대여해서 써요. 참, 수상자 상패는 나무로 제작하고 자원봉사자 식사는 도시락 대신 인근 식당을 섭외해서 해결.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피켓 등에는 행사 횟수나 연도를 적지 않아 해마다 재사용할 수 있게 제작해요.
강 매니저님은 "영화제 스태프들은 한 영화제에만 소속돼 있지 않고 여러 영화제에서 일한다. 그래서 SIEFF에 있다가 다른 축제에 가면 충격을 받는다. 낭비되는 물건과 쓰레기가 너무 많고 버리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만 1년에 2500개 축제가 넘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다른 축제에서도 쓰레기 감축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20주년이라서 큰맘 먹고 올해는 특별히
그래도 올해가 서울국제환경영화제 20주년이라서, 20주년 굿즈를 팔...긴 파는데요. 필요한 만큼만 만든다는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텀블벅으로 미리 구매 신청을 받아서 딱 그 만큼만 제작한다고 합니다. 올해 행사에서 사용한 홍보물을 이용해 영화제가 끝난 후 제작할 거래요. 목걸이형 카드지갑과 스트링 파우치, 미니크로스백 3종. 자세한 내용은 텀블벅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끝으로 SIEFF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이번 레터 마무리 할게요. SIEFF는 오는 7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돼요. 오프라인은 메가박스 성수, 온라인은 퍼플레이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SIEFF의 상영작은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요. 다만 기부를 원하시는 분은 기부 예매를 선택해 1만원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기부금은 나무 심기 또는 플로깅 사업에 지원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