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단독]1호선·경의중앙선 타면 지각…서울 지하철 지연, 2년새 40% 급증

1~8호선 지연증명 2년새 1396건→1961건

수도권 광역철도 1만6280→2만653건 30% ↑

경강선 5배, 경의선 2배…1·3·4호선 상습 지연

무리한 노선 확장, 경전철 신설에 열차·역사 포화

GTX 뚫리면 출퇴근 지옥, 연쇄 지연 더 심해질듯

3호선에서 단전 사고 발생…6시간만에 정상화

15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상행선 대화행 열차를 탄 승객들이 구파발역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15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상행선 대화행 열차를 탄 승객들이 구파발역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이 지연되는 경우가 2년 만에 40% 급증했다. 지하철 노선이 경기·인천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연쇄 지연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까지 개통하면 혼잡·지연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서울교통공사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8호선 지연(5분 이상)으로 발급된 간편지연증명서 등록 건수는 2021년 1396건에서 지난해 1961건으로 2년 새 40% 급증했다.

서울·경기·인천을 연결하는 광역철도 지연도 심각하다. 코레일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수도권 광역철도에서 발급된 증명서 등록 건수는 2021년 1만 6280건에서 지난해 2만 653건으로 30% 증가했다. 1·3·4호선과 경의중앙선·수인분당선·경춘선·경강선을 취합한 숫자다. 경강선 여주 방면이 2년 새 76건에서 407건으로 5.4배, 경춘선 상봉·청량리 방면은 434건에서 859건으로 2배 급증했다. 3호선 대화·오금 방면이 62%, 경의중앙선 서울 방면은 40% 늘었다. 1·3·4호선에서는 한 해 각각 3000~4000건이 발생했다.



1호선 지연을 알리는 전광판.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1호선 지연을 알리는 전광판.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철도 운영 기관은 여객운송약관에 따라 5분 이상 열차가 지연되면 증명 서류로 쓸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간편지연증명서를 게시한다. 다만 5개 시간대별로 최장 지연 1건만 표시되기 때문에 하루 발급 건수가 열차당 5건을 넘을 수 없고 5분 미만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지연은 수십~수백 배에 달할 수 있다.



기관들은 대부분이 출입문 끼임 등 승객 부주의의 결과일 뿐 법령상 운행 장애(열차 고장·신호 이상 등으로 종착역 기준 20분 이상 지연)는 연간 10건 안팎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30일 중 최소 1번 30분 이상 지연 발생일이 12일이고 출퇴근 시간대 30분 이상 지연이 20건에 달할 만큼 승객 피해는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정시성 최고로 평가받던 지하철이 ‘지연철’로 전락한 것은 서울 도시철도망이 수도권 광역교통망으로 확장되는 사이 수요 증가만큼 수용 능력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노선이 자꾸 연장되고 환승 수요가 몰리는데 지하철은 갈수록 타이트하게 운영되니 지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환승 시설 확충과 전동차 증편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호선 상행선(소요산→연천), 4호선 상행선(당고개→진접), 5호선 하행선(상일동→하남검단산) 종착지가 연장되고, 김포골드라인·신림선·서부선 등 간선 노선 경전철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승객 유입이 늘어 매일 환승 대란이 벌어진다. 1~9호선 일평균 승하차 인원은 2021년 716만 명→2022년 787만 명→2023년 861만 명으로, 일평균 환승 유입 인원(하차 인원 중 승하차 호선이 다른 인원)도 같은 기간 187만 명→209만 명→228만 명으로 급증했다.

경의중앙선 지연을 알리는 전광판.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경의중앙선 지연을 알리는 전광판.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선로 공유 문제도 정시성을 후퇴시켰다. KTX·ITX 등과 선로를 공유하는 1호선과 경의중앙선은 상습 지연 노선이다. 코레일 운전취급규정에 따라 일반 열차는 등급이 높은 고속·특급·급행열차에 선로 우선권을 양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 노선들은 통과 순위에서 밀린다.

이달 말부터 GTX가 순차 개통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6개 GTX 노선이 모두 개통되면 하루 평균 183만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만큼 서울역·삼성역·청량리역·왕십리역 등 환승역을 중심으로 출퇴근 시간대에 극심한 혼잡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GTX는 예산 제약으로 기존 노선과 선로를 공유하는 구간이 많은데 등급이 높은 GTX를 우선 통과시켜야 하므로 일반 지하철의 지연 가능성은 커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착공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착공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전문가들은 지하철 정시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열차 증편, 선로 확장은 물론이고 승객 분산, 환승 시스템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장재민 한국도시정책연구소 소장은 “GTX 승객이 지하철 환승역으로 쏟아져 들어올 텐데 기존 통로와 역사로는 이들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역사 공간을 늘리고 동선을 고려해 플랫폼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3호선 원당역~원흥역 구간이 전기 장애로 단전돼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대화역에서 구파발역까지 1개 선로만 운행되다가 6시간 만에 정상 운행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고양시는 승객들에게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하며 각종 버스 노선을 서울 구파발까지 연장 운행하거나 증편하고 셔틀버스를 동원했다. 하지만 출근 시간대에 사고가 벌어지면서 많은 시민이 지각 사태를 겪어야 했다.


김창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