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약발 안듣는 통화정책…"마이너스 금리 해제 눈앞" 보도에도 엔화 약세

금융시장 '円 강세' 기대 사라져

한때 0.2% 올랐다 금세 0.4%↓

투자자, BOJ 결정에 확신 부족

"연말까지 가치상승 5% 그칠듯"





일본이 조만간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지만 정작 엔화 가치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올해 다른 통화를 압도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을 슬그머니 거둬들이고 ‘미세한 강세’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을 속속 내놓고 있다.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약 4.93% 상승(통화 가치 하락)한 상태다. 현재 달러당 148엔 선을 기록 중인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히던 달러당 150엔을 넘나들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통화정책 전환의 기대감도 아직까지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지지통신은 14일 저녁 일본은행(BOJ)이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해제하는 쪽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통화 가치는 장중 한때 전장 대비 0.2% 상승(환율 하락)하기도 했지만 얼마 못 가 분위기가 바뀌면서 0.4% 하락 마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이 BOJ 결정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헬렌 기븐 모넥스 외환트레이더는 “금융시장의 어느 누구도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실정”이라며 “반면 잘못된 예상에 편승했다가 미리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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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은 마이너스 금리 종료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그라들었다. 실제 노무라증권·미즈호은행·씨티그룹 등 주요 금융회사들이 최근 몇 주 사이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대폭 조정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해 말 엔·달러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달러당 140엔으로 현 수준 대비 5% 낮은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시장 전문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올해 말까지는 135엔에 도달할 것으로 점쳤으나 대폭 후퇴한 것이다. 폴 마클 HSBC 글로벌외환전략리서치 책임자는 “현재 리스크 균형점이 우리 예상보다도 더 엔화 약세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 배경에는 미국 내 경제성장률 강세와 식지 않는 인플레이션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지금처럼 강세를 보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를 낼 필요가 없고 BOJ가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이 경우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닛케이225지수를 위시한 일본 증시의 랠리도 엔화 약세를 압박하고 있다. 에드 알후사이니 컬럼비아스레드니들 글로벌금리전략가는 “일본 내 외국인투자가들은 추가적 엔화 약세를 헤징하기 위해 엔화를 매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BOJ가 금리를 올리면 엔화도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여전히 유효한 카드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JP모건이 최근 유로화 대비 엔화 가치에 대한 강세 포지션을 열어놓는가 하면 슈로더자산운용이 엔화 강세 전망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abrdn은 “일본의 통화 긴축이 계속되면 내년에는 엔화 가치가 다른 주요 통화 대비 8~10%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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