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신보호주의 시대, 국익 지키기 위한 정교한 경제안보 전략 짜야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경제안보를 앞세운 ‘신보호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하원은 13일(현지 시간)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퇴출시키기 위한 법안을 가결했다. 발의된 지 8일 된 법안이 초당적 지지를 얻은 것은 틱톡을 매개로 미국인들의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안보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 철강사인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대선 전 표심을 의식한 행보로 보이지만 백악관은 철강 산업의 국가안보적 중요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지금 글로벌 경제의 지배 논리는 자유시장주의가 아닌 자국 이익 우선이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자국 경제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교역과 해외 자본을 통제한다. 국내 산업 보호·육성과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정책을 총동원하고 다른 나라에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자원의 무기화와 산업스파이를 통한 기술 탈취도 이뤄지고 있다.

자국 이익 극대화를 위한 신보호주의 파고가 확산되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차원의 경제안보 전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기술·정보 유출과 국내 시장 교란 등 우리 경제와 기업을 위협하는 외부의 공세에도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사후약방문식 솜방망이 처벌과 땜질 대응만 하는 수준이다. 경제안보에 중점을 둔 국가안보 전략을 마련한 일본이나 포괄적 경제안보 전략을 수립한 유럽연합(EU) 등에 비해 대외 환경 급변에 따른 위기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뒤처져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중이 80%에 달하는 우리나라가 경제안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새로운 국제 질서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정부는 각국의 신보호주의 기조 속에서 국익을 지키면서도 주변국과의 통상 마찰을 피할 수 있는 치밀하고 정교한 전략을 짜고 법·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애써 개발하고도 해외로 줄줄 새는 첨단 기술을 지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기술 유출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 등 엄중 처벌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적대국의 경제 보복에 맞서기 위한 글로벌 연대를 구축하고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세상에 없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신보호주의의 장벽을 뚫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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