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세탁기 왜 사죠? '인간 세탁기'가 다림질해서 문앞 배송해도 '엄청' 싼 '이 나라'[연승기자의 인도 탐구생활](10)



인도하면 떠오르는 것은 카레, 요가, 불교의 발상지, 간디 그리고 기안84가 여행을 가서 화제가 됐던 바라나시정도 일 것입니다. 인도는 친숙한 나라인 것 같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진짜 인도는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 합니다. 인도는 한 공간에서도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 각양각색일 정도로 모든 세기와 문화가 공존하는 ‘다양성의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는 최근에는 인구가 14억 명을 돌파해 중국을 제치고 인구 대국 1위로 올라섰고, GDP(2022년)는 식민 지배를 했던 영국을 제치고 5위에 올라섰습니다. 2023년 8월에는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쏘아 올리는 등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우리가 알아야 할 나라 중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연승기자의 인도탐구생활'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인도, 자극적인 뉴스로만 접했던 인도에 대해서 보다 탐구적인 자세로 알려드려 합니다. 더불어 여러분이 알고 계신 흥미로운 인도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제보’ 주세요. <편집자주>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인도 최대의 공동 빨래터 도비가트. 마하락슈미 도비 가트. '빨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도비'라는 계급의 사람들이 모여 직업적으로 빨래를 하고 있다. 연승기자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인도 최대의 공동 빨래터 도비가트. 마하락슈미 도비 가트. '빨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도비'라는 계급의 사람들이 모여 직업적으로 빨래를 하고 있다. 연승기자




일단 제목을 자극적으로 단 것에 대해 도비가트에서 빨래를 하시는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부터 전하고 기사를 시작할까 합니다. ‘인간 세탁기’라는 표현이 너무 자극적이지만 제가 실제로 본 도비가트는 정말이지 인간의 노동이 얼마나 대단하고 위대한지를 깨닫게 한 곳이었다는 것을 우선 밝힙니다.

일단 인도의 수도는 뉴델리이지만, 경제 중심지는 뭄바이입니다. 뉴델리는 수도이기는 하지만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고 뭄바이의 소득이 높습니다. 아시아의 최고 부호인 무케시 암바니 등을 비롯해 인도의 슈퍼 리치들이 뭄바이에 거주하고 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경제의 중심이자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인 뭄바이 사람들이 빨래를 책임지고 있는 도비가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인도의 세탁기 보급률은 16% 정도라고 합니다. 세탁기를 구입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세탁기 없이도 편하고 저렴하게 세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림질까지 해서 문 앞에 배송까지 해주는데 돈을 들여가면서 세탁기를 살 필요도 없고 세탁기를 돌리려면 전기를 써야하는데 경제적 여유가 있지 않으면 이역시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과는 너무 달라 현지인에게 처음에는 “왜 세탁기를 사지 않냐"고 의아해서 물었는데, 그의 대답이 “다림질까지 해서 가져다 주는데 왜 세탁기를 사죠?"라고 해서 당시 머리를 한대 얻어 맡은 것 같았습니다. 막연하게 인도에는 슈퍼리치도 많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도 많아서 그렇다고만 생각했던 게 어느 정도는 편견이었던 것입니다.



세탁기는 한국 가정에서는 필수품이지만 인도를 비롯해 미국 등에서도 필수품까지는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인도만큼이나 세탁소가 많죠. 물론 미국의 세탁소와 인도의 빨래터는 다릅니다.

어쨌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빨래터가 있으니 인도 사람들에게 세탁기는 필수품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뭄바이의 도비가트에는 약 5,000명 정도가 1,000여개의 세탁조에서 빨래를 합니다. 사람이 직접 빨래를 하고 건조기에 말리거나 자연 건조하거나 다림질을 합니다. 그리고 배송까지도 하는데 수십만개에 달하는 빨래가 섞이지는 않을까요? 섞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주로 거래하는 곳이 있고 오랫동안 거래를 해서 어느 집 빨래가 무엇인지를 다 안다고 하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IT 강국 인도 이미지가 강해서 디지털로 처리할까라는 의문이 들어서 빨래터 사장님께 물었더니 종이를 보여줬습니다. 놀랍게도 손글씨로 세탁물과 배송지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혹시 섞이지 않냐고 그랬더니 수십년 간 한번도 그런 일은 없없다고 합니다.



도비가트의 사람들을 평생 빨래를 한다고 합니다. 극한의 직업이기는 하지만 꿈을 키우는 젊은 사장님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다는 아닙니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것은 카스트제도가 이들을 누르고 있으니 다들 억압된 채 웃음도 잃고 살 것 같지만 인도 사람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가보고 직접 보셔야 믿을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인도에 대한 편견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다시 도비가트 이야기로 넘어가면 코로나 당시 이곳은 거의 폐쇄되다 시피했고 이전에도 전염병으로 인해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지원에 나섰다고 합니다. 빨래를 해야 하니 물이 많이 필요하죠. 바로 수도요금을 지원해서 이들이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낙후된 시설을 고쳐주고 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도비가트 등 빈민가의 노동력이 인도의 경제를 인도인들이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생각이 씁쓸한 것인지 경제 논리로 봐야 할지 고민이 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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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뭄바이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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