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정책

'적신호' 산은에 2조 수혈…핵심산업 자금줄 숨통트나

2015년 이래 최대 출자 검토

기준치 '턱걸이' BIS 상승에

기업대출 여력도 확대 전망





정부가 KDB산업은행에 2조 원 규모의 자금 투입을 추진한다. 최근 들어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국가 핵심 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이 위축돼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출자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개선되면 산은이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AI) 등 핵심 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금 지원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7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주식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이달 중 출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는 산은이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해 출범한 2015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정부가 산은에 추가 출자를 추진하는 이유는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산은의 BIS 비율은 2020년 말 16%를 기록한 후 줄곧 내림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3분기 13.66%까지 떨어졌다. 당국이 은행 건전성을 위해 권고하는 기준치인 13%를 간신히 충족하는 수준이다.

산은의 BIS 비율 악화는 한국전력의 손실과 HMM 매각 실패 탓이 크다. 한국전력은 2021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어 한전 지분을 보유한 산은의 손실도 덩달아 증가했다. 또 산은이 보유한 HMM 매각까지 실패하면서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도 오롯이 떠안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권고 기준에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으로까지 산은의 재무 건전성이 훼손됐다”며 “한전의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나아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간 미친 영향이 워낙 커서 재무난을 조기에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자 기업 대출 여력도 축소되고 있다. 은행의 안전판 격인 자본이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자산인 대출을 늘릴 경우 BIS 비율은 현재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산은으로서는 기존에 내줬던 대출의 상환액 이상으로 자금을 공급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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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에 이전보다 더 많은 자금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올해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공급 목표를 지난해보다 3.4% 늘린 212조 원으로 책정했다. 반도체와 2차전지·미래차 등 핵심 산업 등에 앞으로 3년간 150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결국 산은의 자본금을 늘리지 않고는 정책자금 수요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보니 신규 출자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정부 내에서는 2조 원 규모의 현물출자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산은은 통상 자본금의 10배가량을 대출하고 있기 때문에 2조 원이 추가 출자되면 20조 원가량의 대출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추가 출자 논의에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글로벌 각국이 보조금 형태로 첨단산업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금융 지원마저 위축되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산은이 올해 정책자금 공급 목표를 이행하다 보면 BIS 비율이 더 하락할 수 있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이번 출자가 이뤄지면 BIS 비율이 14%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자본이 확충되면 이와 맞물려 대출 여력도 20조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통상 자본금의 10배가량을 대출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각국이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는 반도체·2차전지·미래차 등 핵심 산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산은법에 따르면 산은은 특정 차주에 대해 자기자본의 20% 이내 금액만 대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산은의 자본이 확충되면 특정 차주 대출 한도가 확대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낮음 금리에 자금을 구하기 위해 산은을 찾는 기업들이 많지만 대출을 받기는 쉽지 않다”면서 “국내 유력 대기업이 추가 대출을 위해 산은을 찾았지만 여신 한도에 걸려 대출이 제한된 사례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한편 산은이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받은 자본금은 이번 출자를 포함하면 약 26조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산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 30조 원을 감안하면 앞으로 받을 수 있는 정부 출자금은 4조 원 남았다.

정부 관계자는 “산은에 대한 추가 출자 협의를 하고 있지만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내부 논의 후 이달 말 국무회의를 거쳐 출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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