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에선 “의료계·정부 모두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의료개혁은 거스를 수 없어" 한 목소리

[의료개혁, 지금이 골든타임]

■곳곳 '대화채널 복원' 목소리

강대강 대치가 사태 장기화 불러

국민 주도 대화협의체 구성도 추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사직 한달을 맞아 의료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공식적인 대화 채널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며 현장에서는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어떻게든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속한 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해 “의료계는 대표성을 갖춰 대화에 나서고 정부도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거점 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 차원에서 정부와 의료계 중재를 시도해온 임정묵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은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의료 개혁’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 모두 ‘2000명은 포기 못한다’ ‘2000명 고집하지 마라’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있는데 2000명을 후순위로 미루고 의료 개혁에 관해 논의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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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전공의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면 최소 4년간 전문의 배출이 힘들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 취지 중 하나인) 필수의료의 마지막 보루인 내과마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2000년 의약 분업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대한내과학회에서 수련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최선은 대화로 해결하는 것인데 문제는 현재 정부의 공식 대화 파트너가 없다는 것”이라며 “대화로 풀지 못할 경우 정부의 차선책은 의대 증원 계획을 빨리 추진·확정해 논의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도 정부와 의료계의 조속한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은성 한국당원병환우회장은 “사태가 장기화되면 의사를 원망하는 환자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이미 그런 상황에 처한 분들도 있다”며 “교육부 장관과 의대생 대화가 불발된 것을 보며 차라리 그 자리에서 의대생들이 어떤 이유에서 반대하는지 국민들에게 알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의대생들의 응답이 없으니 휴학을 허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나가는데 마치 자존심 싸움만 하는 것 같다. 정부도 일정 부분에 대해 양보하는 것을 자존심 문제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며 “양측이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정부-의사-환자가 협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주부터 ‘진료 정상화 촉구와 사회적 대화 기구 마련’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공의·교수·개업의 등 의사 집단의 대화 창구가 일원화되지 못하고 정부도 대화 상대를 찾지 못하는 만큼 국민 주도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안수경 보건산업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은 “정부는 의료 현장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는 당장 사망 환자가 없어서 그렇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료 효과는 크게 떨어져 부작용이 일시에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며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의사도 명분을 잃고 정부로서도 부담이다. 하지만 현재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전 국민 서명운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의사 모두 전쟁터에서 칼 들고 무찌르듯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고 하는 데 국민을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민구 기자·이정민 기자·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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