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아서 래퍼 전 시카고대 교수 등 3명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재선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 시간) 래퍼 전 교수와 트럼프 캠프 경제 참모인 스티브 무어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이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남을 가졌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래퍼 전 교수는 본인을 포함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케빈 하셋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총 3명을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추천했다.
래퍼는 세율을 낮췄을 때 세수가 높아지는 구간이 있다는 이른바 ‘래퍼 곡선’ 이론으로 유명하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9년 감세 정책에 기여한 공로로 자유 메달을 받기도 했다. ‘래퍼 곡선’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 ‘레이거노믹스’의 이론적 토대로, 당시 소득세 최고세율이 70%에서 28%로, 법인세율은 48%에서 34%로 내려갔다. 다만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레이건이 취임한 1981년 1월 14.5%에서 그가 퇴임한 1989년 1월 31.5%로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점에서 비판도 있다.
워시 전 이사는 36세에 최연소 연준 이사 자리에 올랐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경제 특별보좌관을 역임한 바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셋 전 위원장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트럼프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언급된 의장 후보 3명 중 누구에게도 지지 의사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앞으로 몇 달간 폭넓은 후보군을 놓고 고려할 것으로 보이며, 현재는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선정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2026년까지 임기를 수행하며,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도 2028년까지는 연준 이사직을 유지하게 된다. 다만 의장 연임은 어려워 보인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연준 의장이 됐지만, 이듬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순응하지 않으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트럼프는 파월 의장을 미국의 ‘적(enemy)’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스티브 무어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긴다면 연준 의장 인선은 연방대법관 지명과 함께 인사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며 “파월 임명이 실수였음은 트럼프도, 나도 확실히 동의한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