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내수위축 장기화"…호텔·쇼핑몰 안 짓는다

[상업용 건설 수주액 급감]

고금리·건설비 상승 등 복합 작용

작년 사무실·점포 수주액 38% 뚝

수주 이후 착공까지 1년 이상 걸려

상업용 시설 건설 부진 이어질 듯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쇼핑몰·오피스·창고·공장 등 업무용 건설 수주가 급감한 것은 내수 부진과 건설비 급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수출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물가·고금리로 내수가 여전히 부진해 투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도 상업용 시설 공급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내수 부진→업무용 시설 투자 위축→건설 경기 악영향→경기 위축’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사무실·점포 건설 수주액 감소세는 2022년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간 데이터로 보면 사무실·점포 건설 수주 총액은 코로나19로 전년보다 8% 감소한 2020년을 빼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줄곧 증가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2022년 들어 2.6% 줄었고 지난해 38.1% 급감했다. 연간 감소 폭으로 보면 국제통화기금(IMF)발 환란 당시인 1998년(-67%) 이후로 가장 컸다. 제조업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창고·공장 건설 수주액도 지난해 35.1%나 감소해 2009년(-42.9%) 이후 감소 폭이 가장 가팔랐다. 건설 수주는 발주자와 건설사가 공사 계약을 맺은 금액을 뜻한다. 이 때문에 실제 건설투자(건설기성)에 반영되기까지는 보통 1년에서 1년 6개월 사이의 시간이 걸린다. 이미 2022년 무렵부터 사무실·점포 부문 건설 수주가 내림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상업용 시설에 대한 건설 투자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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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업무용 시설 투자에 소극적인 것은 고금리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로 주변 기업 사이에서 공장을 새로 짓는 데도, 공장을 사려는 데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주변에도 공실이 꽤 많고 IMF 때만큼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소비까지 부진한 상황이다. 실제로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 생산은 올 1월 전월 대비 0.1% 늘어난 데 그치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이러다 보니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나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8로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건설사들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도 상업용 건설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PF와 원자재 부담 등으로 상업용 시설 건설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 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2.0으로 100을 밑돌았다. CBSI가 100을 밑돌면 건설 경기 상황을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업체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수 수준이 70선에 불과해 건설 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금리가 오르면서 대체투자 수요가 확 줄어든 것도 업무용 시설 투자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금금리가 오르다 보니 대체투자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졌다”며 “여기에 경기 전반이 나쁜 상황이니 공장이나 창고 투자를 늘리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쇼핑몰·사무동·공장 등의 건설 수주가 반등하려면 소비가 회복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쇼핑몰과 호텔·백화점 등은 소비 동향과 밀접하게 움직인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당장 소비가 나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해석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1.8%로 내다보고 있다. 2022년 4.1%를 기록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소비 부진이 이어진다는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 3%대를 유지하고 있는 물가상승률도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로 금리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 악화가 건설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금리를 바로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적어도 올해까지는 내수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령 금리가 떨어진다고 해도 물가 대비 소득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내수 진작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경우 소비가 이자율보다는 실질소득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향후 금리가 떨어져도 실질소득 수준이 좋아지지 않으면 소비가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세종=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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