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개에도 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한 AI 관련주가 하락했다. 새 AI 칩 공개로 기대감이 해소되면서 되레 주가가 빠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물가와 결부된 금리정책에 대한 미 통화 당국의 입장 등 거시 재료가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면서 국내 반도체 종목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4100원(2.50%) 하락한 16만 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반도체(042700)(-4.98%), 이수페타시스(007660)(-2.66%), 씨이랩(189330)(-11.40%) 등 반도체 관련 종목들도 이날 증시에서 부진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29.67포인트(1.10%) 내린 2656.17에 마감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관련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코스피 낙폭을 키웠다.
당초 이날 증시에서는 반도체 종목의 상승이 예상됐다. 차세대 AI 칩이 공개되면 블랙웰 GPU에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를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 HBM에 사용되는 TC본더를 납품하는 한미반도체 등이 집중 수혜주로 재부각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블랙웰 기대감이 해소되며 시간외 거래에서 엔비디아가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 AI 반도체의 모멘텀 약화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는 반도체 종목의 추가 모멘텀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의 개발자콘퍼런스가 나흘간 진행되는 만큼 세부 세션과 애널리스트들과 질의응답에서 호재가 발표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월로 예정된 1분기 실적 발표도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 1분기 240억 달러의 매출을 가이던스로 제시했다. 시장 예상치 221억 7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라 국내 반도체 종목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기조연설에서 신제품을 제외하면 새로울 게 없었다는 아쉬움도 있다”며 “다만 AI 시장에서 제품과 소프트웨어 모두 경쟁사와 격차를 벌린 만큼 AI 대장주로서 엔비디아의 지위가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내 관련주 흐름도 기대해봄 직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