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팀 ‘한신타이거즈’ 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커넬 샌더스의 저주’의 주인공, 패스트푸드 KFC의 할아버지 인형 상이 사자(死者)를 위한 공양 의식 후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KFC를 운영하는 KFC홀딩스는 최근 오사카 도톤보리강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커넬 샌더스 인형에 공양(供養)을 했다. 공양은 일본에서 죽은 사람이나 조상에 향과 음식 등 공물을 바치는 의식이다.
공양까지 받은, 한쪽 손은 사라지고 곳곳에 검은 때가 묻은 커넬 상은 지난 38년간 혹여 부정 탈까 우승을 우승이라 부르지 못하고, ‘그것(아레)’이라 불러야 했던 야구팀 한신타이거즈에는 잊을 수 없는 존재다.
커넬상과 한신타이거즈와의 인연은 1985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신타이거즈의 리그 우승에 열광하던 팬들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오사카의 KFC 도톤보리점에 있던 커넬상을 헹가래 치다 도톤보리 강에 던져버렸다. 인자한 할아버지 인형이 실종된 뒤 한신은 오랜 시간 성적이 부진했는데, 이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커넬 샌더스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9년 3월 강바닥 준설 작업 중 실종됐던 커넬상이 발견됐고, 이후 한신의 고시엔 구장 근처 점포에 전시돼 팬들이 몰리기도 했다. ‘기적 생환한’ 커넬상은 지난해 한신타이거즈가 1985년 이후 38년 만에 재팬시리즈에서 우승하며 일본 프로야구 정상에 다시 서는 것도 지켜봤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는 비켜갈 수 없는 법. KFC는 커넬상의 손상이 심해 더는 보관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폐기를 결정했다. 폐기에 앞서 이달 8일 오사카시의 한 신사에서 KFC 홀딩스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참석해 커넬상에 술과 프라이드 치킨 등을 봉납했다. 사측은 “커넬상을 친근하게 사랑해준 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