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학별 정원 발표로 확정된 '의대생 2000명 증원'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14만 의사 회원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 의료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협 측은 개원가 단체행동 등 명확한 대응 방안과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의협은 오는 22일까지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의 1차 투표를 진행하고 여기에서 당선자가 가려지지 않으면 26일까지 결선투표를 한다. 이에 따라 회장 선거 이후 구체적인 대정부 투쟁방향 등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김택우 위원장은 21일 브리핑에서 "정부가 2000명을 대학에 배분하는 대국민 담화를 단행함으로써 대한민국 의료 붕괴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숫자만 예쁘게 맞춰 주먹구구식으로 정원을 배분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 제도를 충분한 논의도 없이 뭔가에 홀린 듯 전격적으로 망가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의료가 더 이상 붕괴되지 않게 도와 달라. 진심으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다음 주부터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행정명령 자체에 위법성이 있기 때문에 면허 정지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처분이 나오게 되면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며 한 명이라도 처분받게 되면 교수들이 밝혔던 바대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협 측은 정부가 의사들의 '리베이트·갑질'에 대한 집중 신고를 받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현 사태와는 다른 문제"라며 "따로 대응할 계획은 없지만,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우리가 우선해 제기하겠다"고 했다.
비대위는 "의대생·전공의·교수 단체와도 계속해서 현 상황과 대응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으며, 정부가 자세를 갖추고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면 오늘 저녁에라도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의대 증원을 놓고 다소 달라진 듯한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비대위는 "의협이 주장하는 '원점 재논의'는 '제로로 가자(증원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증원의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어떤 부담과 이득이 있는지를 놓고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