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도권 일대에서 160억 원 상당의 빌라 전세사기를 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시중 대형은행의 은행원이 범행을 설계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는 40대 은행원 A 씨와 50대 부동산컨설턴트 B 씨, 명의를 빌려준 40대 C 씨 등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전세사기임을 알고도 이들에게 매물과 임차인을 소개한 혐의를 받는 빌라 분양대행업자 21명과 공인중개사 46명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A 씨 등 3명은 지난 2019년부터 3년 동안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일대 빌라를 사들인 뒤 전세 계약을 맺으며 임차인 71명에게서 전세보증금 160여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전세자금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시중 대형은행을 다니면서 평소 부동산 시세와 거래 내용 등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A 씨는 당시 수도권 일대 빌라의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아지는 ‘역전세’ 상황에 주목해 무자본 갭투자 사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부동산컨설턴트 B 씨에게 갭투자를 할 부동산을 물색하게 했다. 또 무직인 C 씨에게 돈을 들이지 않고 집을 많이 소유할 수 있고 가격이 오르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득한 뒤 명의를 빌리기도 했다.
A 씨 일당은 신축빌라 매매 계약과 임차인 전세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으로 빌라 분양 대금을 치르는 등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A 씨와 B 씨는 거래마다 100만~850만 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임차인을 구해오는 역할을 한 공인중개사들은 최대 2500만 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한 사람 명의로 보증보험 가입이 많이 발생한다는 국토교통부의 수사 의뢰로 전세 사기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20~30대로 사회 초년생 혹은 신혼부부였다.
이들 중 약 40%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추가 범죄 여부를 들여다보고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