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9년부터 스타일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망한 스타일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기존 업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총 22개의 회사가 이 사업에 선정돼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전문 디자이너 지원 △공유 오피스 입주 △투자 유치를 위한 국내외 데모데이 참여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패션, 뷰티, 리빙 등 스타일 분야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신소재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융합해 ‘스타일테크’라는 생소한 분야를 이끌고 있는 유망 기업을 소개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한 뒤로 이미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클라바타는 이를 커스텀 쇼핑 문화와 결합해 독창적인 제품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Z세대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전달하겠습니다.”
정지한(사진) 클라바타 대표는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패션은 트렌드라는 단어와 가장 밀접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최신 기술 접목이 아직까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9년 설립된 클라바타는 AI를 기반으로 의류 커스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자체 개발한 상품 커스텀 솔루션 ‘재미에이아이(zammy ai)’를 통해 기존 커스텀 쇼핑 문화에 생성형 AI를 접목했다. 재미에이아이는 기업간 거래(B2B)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으로 패션 브랜드가 월 몇 만 원 수준에서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정 대표는 “나이키 바이 유(By You) 등 온라인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패션 아이템을 커스텀할 수 있는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며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만들어서 팔 수 있는 판매자는 나이키 같은 글로벌 기업 외에도 1인 아티스트부터 패션테크 브랜드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작은 규모의 회사들이 나이키처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커스텀 솔루션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AI를 활용한 의류 커스텀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 관련 대학원을 졸업하고, 10년 이상 개발자로서 일한 정 대표는 프리랜서로서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그런 그가 패션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온라인 쇼핑을 하며 겪었던 불편함 때문이다. 정 대표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개발과 창업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한계를 느꼈다”며 “애매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한번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쇼핑이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불편하고 복잡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혁신 기술을 활용해 쇼핑 경험을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스타일테크 시장에 뛰어든 정 대표는 클라바타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실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진행한 ‘스타일테크 유망기업 성장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패션 및 쇼핑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피드백이 절실했다”며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고 구체화하기 위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사업을 통해 클라바타는 이랜드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스파오와의 협력이 성사됐다. 정 대표는 “스파오와 협업하면서 현장 전문가들의 생생한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며 “커스텀 솔루션의 정확한 효과 측정을 위해 데이터 대시보드를 수정하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있었는데 이를 반영해 서비스가 한층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패션 브랜드에서 원하는 구체적인 요구 사항들을 들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클라바타의 핵심 경쟁력으로 AI 커스텀 기술을 꼽았다. 그간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면서 패션 분야에 기술을 접목해 유의미한 서비스를 만드는 게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패션에 기술을 적용시킬 때 어려운 장벽이 있는 만큼 스타일테크 분야에 진입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큰 도전이었다”며 “어떤 패션 제품을 커스텀해 구매하고 싶을 때 떠오르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AI 커스텀 분야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