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스포츠

"람보르길리 별명처럼…올림픽 향해 질주"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1500m 金 김길리 인터뷰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 의미 커

랭킹1위 뜻하는 헬멧 '1' 영광

레이스 중 추월하는 과정 즐거워

최종 목표는 올림픽 개인전 金

김길리. 사진 제공=700크리에이터스김길리. 사진 제공=700크리에이터스




김길리. 사진 제공=700크리에이터스김길리. 사진 제공=700크리에이터스


김길리. 사진 제공=700크리에이터스김길리. 사진 제공=700크리에이터스


스무 살 앳된 얼굴의 여자 선수가 손수레를 끌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의 문을 열고 나오자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불과 한 달 전 빛나는 월드컵 시즌 랭킹 1위 자격으로 입국했는데, 이번엔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품고 금의환향했다. 주인공은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차세대 에이스’ 김길리(성남시청)다.

쇼트트랙 여자부 세계 랭킹 1위 김길리는 빙판을 벗어나면 대학생이다. 몇 시간 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자고 일어나니 강의실이다. 최근 김길리는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세계선수권대회 끝나고 입국한 다음날 학교에 강의를 들으러 갔다. 금메달 덕분에 다음 시즌 국가대표에 자동 선발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며 웃었다. 그는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쇼트트랙계에서 지난 한 달은 김길리를 위한 시간이었다. 이달 1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끝난 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1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획득했다.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이라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힌 그는 “특히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게 너무 좋다.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은 경쟁이 정말 치열하다”고 털어놓았다.

관련기사



앞서 지난달 끝난 2023~2024 ISU 월드컵 시리즈에서는 금메달 7개, 은메달 3개를 쓸어 담아 종합 랭킹 1위로 ‘크리스털 글로브’를 수상했다. 이로써 다음 시즌부터 전 시즌 랭킹 1위를 나타내는 숫자 ‘1’을 헬멧에 달고 뛰게 된 김길리는 “지난 시즌까지는 헬멧 숫자에 대해 생각을 안 했는데, 1번을 달고 스케이트를 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제 뺏기지 않고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어린 시절 김길리는 ‘피겨 여왕’ 김연아를 보며 피겨스케이팅에 관심을 갖게 돼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다. 그런데 그 스케이트가 쇼트트랙 스케이트였다. 그는 “집 근처에 피겨 강습을 하는 곳이 없어서 어머니가 대신 쇼트트랙 여름 특강을 등록해 줬다”면서 “초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그때부터 쇼트트랙에 빠졌다”고 했다. 이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대회에 나가면 동급생들보다 반 바퀴는 앞서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레이스 도중 추월하는 과정과 스피드를 직접 느끼는 즐거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1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여자 1500m 결선에서 1위로 골인하며 포효하는 김길리. 신화연합뉴스1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여자 1500m 결선에서 1위로 골인하며 포효하는 김길리. 신화연합뉴스


1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여자 1500m 우승 뒤 시상식에서 세리머니를 펼치는 김길리. AP연합뉴스1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여자 1500m 우승 뒤 시상식에서 세리머니를 펼치는 김길리. AP연합뉴스


1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여자 1000m 결선에서 선두로 질주하는 김길리. EPA연합뉴스1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여자 1000m 결선에서 선두로 질주하는 김길리. EPA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500m 결선에서 1위로 골인하며 손하트를 그려 보이는 김길리. 연합뉴스지난해 12월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500m 결선에서 1위로 골인하며 손하트를 그려 보이는 김길리. 연합뉴스


성인이 된 김길리가 생각하는 자신의 최대 무기는 아웃 코스 추월 능력이다. 팬들은 김길리가 아웃 코스로 빠르게 상대를 추월하는 모습을 보고 슈퍼카 람보르기니에 빗대 ‘람보르길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는 “드림카로 불리는 빠르고 좋은 차 중에 하나이고 내 장기랑도 어울려서 ‘람보르길리’라는 별명이 좋다”고 말했다. 만약 람보르기니 후원을 받게 된다면 어떨 것 같냐는 물음에는 “올해 1월 운전면허까지 땄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차 사진을 올리고 친구들한테 자랑할 것 같다”며 발랄하게 웃었다.

2004년생 김길리의 전성시대는 이제 막 시작이다. 대표팀의 막내지만 이미 세계 1위에 오르며 ‘여제’ 등극의 채비를 갖췄다. 그의 최종 목표는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다. 그는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그래서 올림픽을 생각하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언젠가 금메달을 꼭 목에 걸고 싶다”고 다짐했다.


정문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