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선거캠프가 올해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빈털터리 도널드(Broke Don)’라 부르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나섰다. 별명을 지어 경쟁자를 조롱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공’인데, 바이든 대통령 측이 이를 따라하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천문학적인 법률비용 리스크에 내몰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점을 바이든 캠프 측이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자산 부풀리기 의혹으로 1심에서 패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벌금 전액에 해당하는 4억5,400만달러(약 6,100억원)를 25일까지 공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꺼번에 이 같은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텍사스주 휴스턴 유세에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빚더미에 앉은 남자’로 묘사한 연설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얼마 전 패배자처럼 보이는 한 남자가 제게 다가와 말하더군요. '대통령님, 저는 빚에 짓눌려 있습니다. 완전히 파산했어요'. 저는 말해야 했죠. '미안해 도널드, 널 도와줄 수는 없어'.”라고 조롱했다.
정적들에게 고약한 별명을 짓는 ‘네임 콜링(Name calling)’은 원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보적으로 뛰어났던 영역이다. 미 정치권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인들에게 붙인 별명만 수십 개에 이른다. 2016년 대선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은 ‘비뚤어진 힐러리(Crooked Hillary)’라 비꼬았고,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슬리피 조(Sleepy Joe)’라는 별명을 붙였으며, 재임 당시 각을 세웠던 민주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미친 낸시(Crazy Nancy)’라고 불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말 폭탄을 주고 받던 집권 초기에는 그를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바이든 캠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네임 콜링 전략을 베끼는 것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찬반 양론이 거세다. 민주당의 한 전략가는 “트럼프가 ‘오리지널’이기 때문에 그를 능가할 수는 없다"면서 “보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전략가는 “불량배들은 외교나 고상한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주먹을 맞았을 때만 반응한다”면서 이번 전략이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자금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확실한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측은 지난달 5,3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금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대위와 리더십팩(PAC) ‘세이브아메리카’는 같은 기간 2,030만 달러를 모으는 데 그쳤다. 전체 보유 현금도 바이든 대통령 캠프가 1억 5,500만 달러,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4,190만 달러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자금 우위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선거 캠페인 확장에 나서면서 트럼프의 재정 위기를 집중 부각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