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협력을 통해 개방 무역을 하는 국가는 번영하지만 독자적으로 자력갱생을 추구한 국가는 추락한다.’
고(故) 이민화 초대 벤처기업협회장이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대해 걱정하며 생전에 남긴 글이다. 글로벌화가 대한민국의 살길이라는 것에는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최근 모 기관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벤처·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글로벌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답이 제일 많았다.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 비율은 22.3% 정도에 불과하다. 해외 진출 시 애로 사항을 조사하면 항상 ‘경험·자금·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글로벌 진출에 주저하고 진출 후에도 시장 정보 부족과 바이어 발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우리 벤처기업 매출액의 대부분은 국내(93.5%)에서 발생하고 국내 기업 간 거래 비중도 67%로 매출 구조가 내수 시장에 함몰돼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해주는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올해 벤처 업계 신년 인사회에는 유례없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참석해 해외시장 정보와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해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현지 맞춤형 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벤처기업 개방성을 제고할 수 있는 현지 비즈니스 네트워킹 및 현지 앵커 기업 매칭이 절실하다. 일반적인 바이어 발굴·매칭보다는 해외공관이 보유하고 있는 현지 인적·물적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협업 수요가 있는 현지 앵커 기업을 추천하고 민간에서는 해당 기업과 협업이 가능한 벤처기업을 발굴·매칭하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이 활성화돼야 한다.
전 세계 벤처캐피털은 2만 3000여 개사, 액셀러레이터는 3400여 곳에 달하며 50여 개국에서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 시장 규모는 10조 원 정도로 미국의 300조 원과 비교하면 절대적 투입 자본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외 투자 공급처를 국내 벤처기업에 연결하는 글로벌 투자 유치 연계는 글로벌화에 필수 요소다.
‘해외 한인 기업인’을 활용한 민간 차원의 비즈니스 연계도 활성화돼야 한다. 현재 상품 수출, 시장조사 등 일부 영역에서 확대해 벤처 투자자 연결, 인수합병(M&A), 기술 협력, 인력 채용 등 현지화 지원을 위한 액설러레이팅 기능을 할 수 있는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다.
최근 외교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협업해 현지 외교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창업 기업에 대한 글로벌 네트워킹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요자인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해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실질적 효과와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민간에서도 언제든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