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60대 이상 유권자 수, 2030 첫 추월…투표율도 80% 달해 판세 좌우

[60대 사회가 온다]

<중> 총선 휩쓰는 '그레이 파워'

유권자 중 31%…20년 만에 2배↑

서울도 4년새 26%→29%로 늘어

지방에선 60대 이상이 절반 훌쩍

청년 소외 우려 속 노인막말 변수로

진보 성향 86세대 속속 60대 진입

'고령층 증가=보수 유리'는 미지수





4·10 총선은 60대 이상 고령층 유권자가 20대와 30대 유권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사상 첫 전국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방에서는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겨 노년층 표심 잡기가 선거전의 지상 과제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청년 대상 공약 이행률이 떨어질 경우 세대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5일 행정안전부의 ‘2023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총선 유권자 4438만여 명 중 60대 이상 고령층 비율은 31.4%를 기록해 20·30대 청년층(28.8%)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18·19세(2.3%) 유권자까지 합쳐도 40대 미만 청년층 비율은 31.1%에 그쳐 60대 이상보다 적다. 60대 이상 유권자 비율이 30%를 넘긴 것 역시 이번 총선이 처음이다.

급격한 고령화가 유례없는 총선 지형을 만들어낸 셈이다. 20년 전인 17대 총선만 해도 30대 이하 유권자 비중은 46.7%에 달했다. 이는 60대 이상(16.9%)보다 30%포인트 가까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4년마다 60대 유권자 비율이 급속히 증가하더니 20대 총선에서 11.6%포인트로 좁혀졌고 4년 전에는 5.8%포인트까지 축소됐다.

‘인구 소멸’이 현실화하는 지방에서는 고령 유권자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으로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지역구 5곳은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56.8세) △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56.4세)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55.2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55.1세) △전남 해남·완도·진도(54.0세)다.



5곳 모두 60대 이상 유권자가 전체의 과반을 차지한 반면 2030 비중은 15% 안팎에 그쳤다.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지역구는 60대 이상 비중이 57.5%로 2030(14.5%)의 4배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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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간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에서는 아직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이 30%를 넘지 않고 있다. 서울 29.4%, 경기 28.3%, 인천 29%로 전국 평균(31.4%)에 비해 2~3%포인트 낮은 것이다. 다만 21대 총선에 비하면 수도권 지역별로 최대 5%포인트 넘게 늘어난 곳도 있어 선거전에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서울의 경우 집값 폭등으로 젊은 유권자가 상당수 외곽으로 밀려났다”며 “이는 서울에 고령 유권자 친화적인 공약들이 더 먹히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조차 총선 후보들이 60대 이상 유권자의 입김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투표율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1대 총선 직후 표본조사를 통해 집계한 결과 60대 투표율은 80%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았고 70대(78.5%)가 2위를 차지했다. 적극적인 투표 성향에 따라 60대 이상이 전체 투표자에서 차지한 비중도 52.3%에 달했다. 반면 20대(58.7%)와 30대(57.1%)는 투표율이 50%대 후반에 머물러 평균 투표율(66.2%)을 크게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유권자 비중이 높아져 청년층의 목소리가 선거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당이 발표한 10대 공약에는 청년과 어르신 관련 내용이 고루 포함돼 있지만 다음 선거를 위해 60대 이상만 집중 공략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 후 연금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될 것”이라며 “젊은층 유권자의 경제·복지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고령 유권자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노인 관련 막말의 후폭풍은 이전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말해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하는 등 관련 설화는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 교수는 “젠더·청년 관련 막말보다 노인 관련 막말이 더 큰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고령인구의 증가가 보수 진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통상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보수화하는 경향이 있으나 세대별 특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60대에 접어들고 있는 ‘86세대’는 진보 성향이 뚜렷한 반면 20대 남성은 58.7%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찍는 등 보수 성향을 보였다.

김 교수는 “고령층 인구 증가는 전반적인 정치 지형이 좀 더 보수화될 공산이 크지만 세대별 사회적 경험이 달라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진보와 보수 관점에 있어 2030세대와 60대 유권자 수를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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