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먹염바다

이세기





바다에 오면 처음과 만난다




그 길은 춥다

바닷물에 씻긴 따개비와 같이 춥다

패이고 일렁이는 것들

숨죽인 것들

사라지는 것들

우주의 먼 곳에서는 지금 눈이 내리고

내 얼굴은 파리하다

손등에 내리는 눈과 같이

뜨겁게 타다



사라지는 것들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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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왔다 밀려가는 것 사이

여기까지 온 길이

생간처럼 뜨겁다

햇살이 머문 자리

괭이갈매기 한 마리

뜨겁게 눈을 쪼아 먹는다

바다는 생명이 처음 시작된 곳이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 사이, 우리가 지금 여기 존재하고 있는 것은 첫 생명부터 나에게 이르기까지 생명의 계주가 단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온 까닭이다. 여기까지 온 길이 생간처럼 뜨거운 이유는, 우리가 살아있고, 살아가고, 살아내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겨우내 차가운 눈을 뜨겁게 쪼아 먹은 갈매기가 입김 같은 아지랑이 속으로 날아간다.<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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