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로 내려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며 ‘텃밭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두고 연일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는 야권을 겨냥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범죄부터 심판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구 달성군의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30여 분간 박 전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그는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 전반과 현안들, 살아온 이야기 등 여러 말씀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박 전 대통령을 따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합을 당부하고 최대 현안인 ‘의·정 갈등’ 문제 등에 대해 조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도 어렵고 나라도 많이 어려우니 이럴 때일수록 뜻을 모아 단합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함께 배석한 유영하 대구 달서갑 후보가 전했다.
한 위원장이 이날을 포함해 일주일 새 대구를 두 번이나 찾은 것은 흔들리는 ‘보수 표심’을 결집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 변호를 맡았던 도태우 후보가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으로 대구 중·남 공천이 취소되자 ‘TK(대구·경북) 역차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야권을 향한 공세 수위도 끌어올렸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정권 심판이 아니라 ‘명·국(이재명·조국 대표)’ 심판부터 해야 한다. 범죄자 두 명이 국회에 다시 들어와서 국회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한 위원장의 ‘야당 심판론’에 힘을 보탰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이 다수당이 돼 10대 공약으로 추진 중인 ‘비동의 간음죄’가 도입되면 원래 검사에게 있던 입증 책임이 혐의자에게 전환된다”며 “그렇게 되면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