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세계 최초 서빙봇 개발…다음 목표는 산업용 로봇" [스케일업리포트]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인터뷰

한식당 부업하다 아이디어 '번쩍'

연구 3년만에 양산형 모델 출시

우편물·서류 배달에 활용되기도

올해 산업용 1000대 공급 전망

'안전·안보 취약' 중국산엔 우려

美·日·동남아 등에 수출도 추진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서빙로봇을 제조한 기업은 다름 아닌 한국 스타트업이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이러한 성과를 이뤄내며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해결할 주역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LG전자(066570)로부터 8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제2의 도약에 나섰다. 중국과의 로봇 패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27일 서울 성수동 ITCT지식산업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식당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 곳곳에서 로봇 도입이 일상화되고 있다”면서 “자율주행 로봇 시장에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세계 1위 AI 로봇 기업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밝혔다.

베어로보틱스는 서빙 로봇이 음식점 안에서 정확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실내에서 많은 로봇이 동시에 돌아다녀도 서로 부딪히거나 다른 사람, 사물과의 접촉 없이 정해진 테이블까지 음식을 실어나를 수 있다. 전북 전주의 한 대형 고기집에선 베어로보틱스 서빙 로봇을 16대나 사용할 정도다.

◇유럽이 베끼기 힘든 SW 경쟁력=하 대표는 “로봇이 오차 없이 움직이려면 로봇이 상당한 인지, 판단 능력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러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다른 경쟁 업체들이 확보하지 못한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베어로보틱스 서빙 로봇은 해외에서 워낙 유명해 유럽에서도 베낀다고 들었다”면서 “경쟁 업체들이 하드웨어를 카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소프트웨어까지 우리 수준까지 따라잡으려면 몇 년이 족히 걸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베어로보틱스의 서빙 로봇은 사용자 편의성도 갖췄다. 지난해 출시한 ‘서비 플러스(Servi+)’는 반찬과 국물 요리가 많은 한국음식 특징에 맞춰 국내 서빙 로봇 중 가장 많은 접시를 나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본 4단 트레이 구조를 갖고 있어 한 번에 16개 가량 접시를 운반할 수 있다. 4단 트레이 개수도 조정할 수 있는 데다 높낮이 조절도 할 수 있어 서빙 뿐만 아니라 퇴식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서빙 로봇은 음식점 외 장소에서도 다양하게 활용 중이다. 스스로 엘리베이터 탑승이 가능한 ‘서비리프트’는 구미시청 문서실에서 청사 본관 1~4층을 이동하며 부서 간 우편물·행정 서류 등을 배달한다.

관련기사



하 대표가 로봇 개발의 필요성을 체감한 건 2016년 실리콘밸리에서 한식당을 직접 운영하면서다. 미 텍사스대 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인 그는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중 부업으로 순두부요리 음식점을 차렸다. 하 대표는 “낮에는 구글에서 일하고 밤에는 순두부집에서 직원과 식재료 관리를 했다”면서 “가끔 요리와 주방 청소도 하면서 요식업의 고됨을 몸소 느껴 로봇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돌이켰다.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서빙 로봇을 출시하기까지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벤처마킹할 수 있는 제품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2017년 베어로보틱스를 창업한 후 로봇 모양이 사각형이어야 하는지, 둥글어야 하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갖가지 테스트를 진행했다”면서 “음식점에서 활용하는 로봇인 만큼 위생에도 크게 신경 썼는데 로봇 안에 쥐가 들어가지 않도록 디테일하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세계 최초 자율주행 서빙로봇인 ‘페니’를 개발하고 2020년부터 첫 양산형 모델 ‘서비’를 선보였다.

◇AMR 앞세워 산업용 라인업 확대=베어로보틱스는 최근 산업용 로봇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회사의 자동물류로봇(AMR)은 경쟁사 제품과 달리 엘리베이터를 탑승해 복층 배달을 할 수 있다. 여기에 공장을 운영하는 제조 업체가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와 쉽게 연동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 대표는 “오픈 플랫폼을 기반으로 로봇이 작동하기 때문에 공장을 소유한 제조 기업 입장에선 별도의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면서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외에서 주문이 잇따르고 있어 올해 1000대 이상 공급 실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로봇 시장에서 서비스용 로봇과 산업용 로봇 등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모빌리티 플랫폼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LG로부터 800억 투자유치 성공=종합 로봇 기업으로 발돋움한 베어로보틱스는 최근 벤처투자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소식을 알렸다. LG전자로부터 80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다수의 로봇을 제어하는 군집제어 기술, 클라우드 기반 관제 솔루션 분야 등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점이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공동 창업자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해 구글 등 빅테크 출신 다수의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다.

하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를 발판으로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중국산 로봇이 국내 물류센터나 음식점 등 곳곳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로봇 산업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중국산 로봇이 한국산 대비 30% 이상 저렴한 이점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애기다.

하 대표는 “한국에서 훌륭한 엔지니어와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중국 로봇들이 지금 무분별하게 수입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다 보면 로봇으로 인한 안전 및 사생활 침해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산 로봇이 각종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어로보틱스는 미국,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 각국으로 수출을 추진 중이다. 동남아, 호주는 물론 영국, 프랑스, 독일에도 서빙 로봇이 공급된다. 전 세계에서 로봇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베어로보틱스의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2022년 390억 달러(약 53조 원)에서 올해 540억 달러, 2026년 741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