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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 '찻잔 속 미풍'…주총 시즌, 행동주의펀드 공세 '실패'


[서울경제TV=김혜영기자] 행동주의 펀드들이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 독려를 등에 업고 자사주 소각 등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거센 공세와 달리 연이은 완패로 그 영향력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평가다.


▲삼성물산, 주총 표대결 '압승'…늑대연합 ‘완패’

지난 15일 열린 삼성물산의 주주총회, 행동주의 펀드가 첫 성적표를 받는 주총인 만큼 시장의 관심이 상당했다. 특히, 5개 행동주의 펀드가 연합을 이뤄 삼성물산 흔들기에 나섰다. 시티오브런던,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안다자산운용 등 5개 행동주의펀드가 손 잡고 늑대가 무리 지어 먹잇감을 사냥하는 것과 유사한 이른바 ‘울프 팩(wolf pack·늑대 무리)’ 전략을 구사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그러나, 주총 표 대결은 삼성물산의 완승으로 끝났다. 행동주의 펀드 연합측은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의 배당을 요구했지만, 찬성률은 23%에 그쳐 부결됐다.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안도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주주들은 삼성물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삼성물산은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2,600원 안으로 총 4,000여 억 원을 현금 배당에 나선다. 결국, 5개 행동주의 펀드가 손잡고 몸집불리기에 나서며 삼성물산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그 어떤 제안도 받아 들여지지 않아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호석화, 행동주의펀드 손잡은 '조카의 난' 실패

그로부터, 일주일 후. 지난 22일 금호석유화학의 주총이 열렸다.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은 박찬구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났다. 박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 잡고 자사주 소각 등 표 대결에 나섰지만, 세번째 ‘조카의 난’ 역시 패배로 돌아간 셈이다. 관전포인트는 자사주 소각 안건이였다.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 연합은 자사주 전량 소각 등 주주제안을 내놨다. 그러나, 안건이 모두 부결되며 주총 표 대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9.08%)을 포함한 주주들은 회사 측(74.6%)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함께, 차파트너스가 주주제안으로 제시한 이사 선임안 역시 부결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추천했지만 주총을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회측이 제시한 최도성 한동대 총장(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사외이사로 선임(76.1%)됐다.


▲KT&G 새 사령탑에 방경만…행동주의펀드 또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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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열린 KT&G 주총, 관전포인트는 방경만 KT&G 사장 후보자 선임 안건이였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이 방 후보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변은 없었다. 주주들은 KT&G 측의 손을 들어줬다. KT&G는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이 1주당 2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 다득표자를 뽑는 '통합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출했다. 방경만 사장은 8,409만7,688표를 얻어 득표율 1위로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백복인 사장 이후 9년만에 사장 교체된KT&G는 방경만 시대를 열었다.

▲JB금융지주 주총, 행동주의펀드 얼라인 '절반의 성공'

같은 날(28일) 열린, JB금융지주 주총. 얼라인파트너스가 사외이사 선임 등을 두고 회사 측과 맞붙었다. 이번 주총 표 대결은 회사측이 판정승을 받았다. 얼라인 측이 제안한 비상임이사 1명 증원안은 부결됐다. 다만, 얼라인 측이 제안한 김기석·이희승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이사회 정원 11명 중 2명 얼라인 측 인사로 채워진 셈인데, 금융지주 사외이사로 행동주의 펀드 추천 인사가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행동주의펀드, 지속가능한 기업가치 제고해야"

이처럼 행동주의펀드들은 배당금 인상 등 주주의 이권에 기반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결국 이번 주총에서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행동주의펀드들의 적극적인 주주 권리 행사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은 연이어 기업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업계에서는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무리한 배당 및 자사주 소각 요구, 지나친 경영권 개입은 기업의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지속가능한 기업 가치 제고를 바탕으로 행동주의펀드가 보폭을 넓혀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래야만 행동주의펀드의 행보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고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다. /hyk@seadaily.com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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