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원이 늘어난 사립대 의대에 저금리 융자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지만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올해 예산 증액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 의대들은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지원책이 국립대 의대에 치중한 데다 당장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조차 막혀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사학진흥재단은 사립대 의대에 대한 자금 융자 예산 규모를 올해 더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각 대학에 전달했다. 정부가 다음 달 대학별 시설과 장비 투자 등에 대한 수요 조사를 마치더라도 그 결과가 올해가 아닌 내년도 자금 융자 사업 예산에 반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최근 국립대 의대에 대해 수요 조사한 결과 신속한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교육부는 내년 의대 정원 2000명 증가와 관련해 정원이 늘어난 사립대 의대 23곳에 국고를 투입하지 않는 대신 사학진흥재단의 저금리 융자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사학진흥재단은 사립대의 부속병원 시설 신·증축, 개·보수, 의료 기자재 확충 등을 위해 매년 600억 원 규모의 융자 사업을 하고 있다. 금리는 연 2.67%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시설·인력 확충 작업에 착수하려던 사립대 의대들은 직접 학교법인의 돈을 투입하거나 민간 금융기관에서 더 높은 금리로 차입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사학진흥재단에는 비수도권 사립대 의대를 중심으로 올해부터 저금리 융자 지원 규모를 확대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립대 의대 관계자는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하면서 이미 등록금 수입이 수십억 원씩 줄고 부속 대학병원마저도 전공의 이탈 등으로 적자를 내고 있어 재정적 부담이 불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계에서는 사립대 의대가 내년도 전체 의대 증원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도 정부의 지원책이 국립대 의대에만 쏠려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체 의대 증원분인 2000명 가운데 국립대 인원을 제외한 사립대 증원 인원은 총 1194명이다. 지방 사립대인 조선대(125명), 원광대(93명), 순천향대(93명)는 정원이 각각 150명으로 늘면서 서울대(135명)보다 큰 ‘메가 의대’가 됐다. 정부는 올해 국립대병원의 시설과 장비 투자로 1114억 원을 투입하고 10개 국립대병원 전체에 임상교육 훈련센터를 설치하는 등 국립대 의대에 대한 지원만 명확히 했다.
일부 사립대가 교육시설 확충과 전임교수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의학교육평가인증’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현행 고등교육법과 의료법상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정기 평가를 한 차례 통과하지 못하면 신입생 모집이 정지되고 연이어 탈락하면 더 이상 의대를 운영할 수 없다. 의평원은 이 기준을 더 엄격하게 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정부는 사립대에 대해서는 별도로 재정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의대 증원은 특수한 상황으로 직접 지원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특히 해부 실험 실습실이나 시뮬레이션 센터 구축 등에 있어서는 정부가 사립·국립 구분 없이 지원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춘성 조선대 총장은 “각종 실험 실습 장비 마련과 시설 구축, 교원 충원에 최소 수십억 원이 소요된다”며 “사립대는 국립대보다도 의사자격(MD)과 박사학위(PhD)를 모두 보유한 교수를 충원하기가 어려워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시설과 기자재는 내년에 구매해도 늦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수요 조사를 마친 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