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장수 음악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의 새로운 진행자 남희석이 전임자인 김신영에게 ‘응원 전화’를 받았다며 고(故) 송해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전라남도 진도군 편' 녹화를 통해 첫 MC 신고식을 마친 남희석은 29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각오를 전했다.
남희석은 "격려와 공감을 마음에 되새긴 녹화였다"며 "송해 선생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실 몇 년 전에도 '전국노래자랑' MC 후보에 올랐었다는 남희석은 "당시에는 MC 발탁이 안 돼서 '아직은 내 때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제안이 왔을 때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국노래자랑'은 누가 해도 어려운 자리고, 아끼는 후배인 김신영 씨가 했던 자리라서 걱정도 됐다"며 "제안이 온 다음 날 바로 신영씨와 통화를 했고, 제 첫 녹화가 끝난 날에는 신영씨가 먼저 전화를 해줘서 서로를 응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김신영 씨는 젊은 에너지를 넣어준 MC였다. 제작진이 김신영씨가 하고나서 예심에 중고등학생이 늘었다고 하더라. 그런 점에서 ‘굉장히 좋은 에너지를 주고 갔구나’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평소 ‘전국노래자랑’의 열혈 팬이라고 밝힌 남희석은 “나는 ‘전국노래자랑’과 함께 자란 세대다. 동네 음식점이나 목욕탕을 가면 언제나 일요일은 ‘전국노래자랑’이 틀어져 있었다. ‘전국노래자랑’은 기본적으로 웃음이다. 버스 기사님인데 신나게 춤을 추시고, 국밥집 사장님인데 나오셔서 되게 웃기고, 그런 분들 보면 ‘어떻게 참고 사셨지?’싶을 정도다. 재미있는 분들이 등장해서 순수한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이 ‘전국노래자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애정을 보였다.
남희석은 ‘전국노래자랑’ MC 발탁 후 주변의 반응에 대해 “MC 확정 기사가 나갔을 때 둘째 딸 고등학교 입학식이었는데, 끝나고 보니 문자가 500개 넘게 와 있더라. 깜짝 놀랐다. 그 전까지 가족에게도 이야기를 안 했다. 부모님이나 아내는 ‘그렇구나’ 정도의 반응이었고, 선배들과 동료들의 축하가 많았다. 김성환 선배, 이용식 선배, 태진아 선배, 이경규 선배, 유재석 등 많이들 축하해 주셨다. 이경규 선배가 축하와 함께 ‘너의 스타일대로 해라’라고 조언하더라”며 선후배들의 응원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남희석은 고 송해와의 인연을 밝히기도 했는데 “예전에 송해 선생님과 술을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송해 선생님은 술을 주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남희석 점잖게 잘하고 있다’라고 하더라. 그때의 말씀이 아직도 가슴 깊이 있다”라면서 “이번에 모니터를 위해 ‘전국노래자랑’의 오래전 것부터 최근 것까지 찬찬히 다시 봤는데 감탄한 부분이 있다. 아흔 넘으신 송해 선생님께서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모두를 편하게 만든다는 거였다. 마치 ‘진행의 정석’을 공부하는 기분이었다. 이건 진행 기술의 영역을 넘어선 경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최근 마친 첫 녹화에 대해 남희석은 “만족은 한 30% 정도였고, 나머지는 채워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6주에서 10주 정도는 사격에서 영점을 맞추듯 맞추어 가는 시간이 될 것 같다”며 “무엇보다 감사했던 건 진도 주민들이었다. 할머니들이 손을 잡아 주시면서 ‘남희석이가 왔네’ 하시더라. 그래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웃겨드리자고 생각했다. 격려와 공감을 마음에 되새긴 녹화였다. 송해 선생님은 누구든 항상 격려해주고 누구에게든 공감해 주셨다. 나의 이야기보다 상대를 향한 격려와 공감을 몸에 배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첫 녹화를 준비하며 역대 '전국노래자랑' MC 중 최초로 예심에 참가하기도 했다는 남희석은 "빨리 적응하고 지역 분들과 스킨십을 하려면 예심부터 함께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대전편 예심에 총 319팀이 참가하셨는데 너무나 즐거운 잔치였다"며 "불합격을 받고도 웃으면서 나가고, 박수 치는 곳이 '전국노래자랑' 말고 또 어디 있겠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해 선생님께서는 녹화 하루 전날 해당 지역에 가서 동네 목욕탕과 맛집 등을 다니셨다고 하는데, 저도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다녀간 지역마다의 국밥집에 '전국노래자랑' 남희석의 사인이 남는다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다짐을 전했다.
끝으로 남희석은 “최근에 한 가지 걱정이 생긴 건 날씨가 너무 좋다는 것이다. 봄이 유난히 빨리 오고 있다. 나들이 나가는 시기이다. 각 지역의 축제도 당겨지더라. 행락철을 맞아 시청률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모든 분들이 봄 나들이하시고 일요일 12시 이전에 집에서 TV를 보시면 좋겠다. 이상기후로 일찍 더워지면 어쩌나 걱정한다. 내가 이런 걱정을 하게 될지 몰랐다”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내가 어떤 목표를 두기보다 함께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 내가 아닌 출연자와 시민들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출연자와 시민들이 잘 보이고 즐기시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며 “일요일 낮시간이라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지만 일요일 12시 10분에 ‘전국노래자랑’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 많이 웃으면 병원비도 적게 들고,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모든 분들이 즐겁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많이 받으실 수 있도록 언제나 노력하겠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매주 일요일 KBS 1TV에서 방송되고 있는 '전국노래자랑'은 국내 최장수 예능 프로그램이다.
송해가 1988년 5월부터 34년간 진행을 맡았고, 그가 2022년 세상을 떠난 뒤에는 김신영이 바통을 이어받아 MC로 활약하다가 지난 9일 인천 서구 녹화를 끝으로 하차했다.
남희석은 31일 낮 12시10분 방송하는 KBS 1TV 전국노래자랑 전라남도 진도군 편에서 MC로서 첫 인사를 시청자들에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