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는 순간 로켓처럼 빠르게 솟구친 타구가 어느 순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타구 속도 시속 168㎞의 비거리 124m짜리 홈런. 연일 총알처럼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던 루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첫 홈런도 총알같이 빨랐다. 불과 데뷔 3경기째에 쏜살 같은 속도의 타구로 홈런을 신고하고 동료들로부터 시원한 맥주 세례를 받았다.
이정후는 31일(한국 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치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렸다. 3대1로 앞선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1볼 1스트라이크 뒤 시속 125㎞짜리 스위퍼 구종을 잡아당겼고 빠르게 사라진 타구는 우중간 외야 관중석에 떨어졌다. 이정후가 공략한 좌완 톰 코스그로브는 지난해 5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5를 기록한 핵심 불펜이다.
이정후는 이로써 MLB에서 홈런을 친 역대 열다섯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전날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에 이어 이번에는 홈런까지 만든 이정후는 개막 3경기 연속 타점으로 시즌 타율 0.333(12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홈런에 앞서 희생 플라이로 먼저 타점을 적립했다.
9대6 승리 후 클럽하우스에서 맥주와 면도크림으로 동료들로부터 첫 홈런 축하 세례를 받은 이정후는 “아직 뭔가 보여줬다는 생각은 안 한다. 빨리 적응하려고 하루하루 열심히 하려다 보니까 (홈런도) 나왔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현지에서 이정후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타구 속도다. 전날 시속 180㎞에 가까운 강한 타구를 만들어낸 이정후는 이날도 160㎞ 이상 찍힌 ‘하드 히트(153㎞ 이상 타구)’를 2개나 기록했다. 낯선 투수들을 상대로 방망이 중심에 잘 맞히고 있다는 뜻이라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안타와 홈런이 터질 것이라는 좋은 신호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현재까지 이정후는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며 “스프링캠프 때부터 170㎞ 넘는 타구를 자주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은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