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의대 증원 2000명…尹 "꼼꼼하게 계산한 최소 규모"

■의료개혁 대국민담화…"합리적 방안 있다면 논의 가능"

"의사 증원, 더이상 늦출수 없는 국가 과제"

'단계적 증원' 일축 "정치득실 따지지 않아"

"의협, 정권퇴진 운운…국민을 향한 위협"

개혁의지 강조하며 증원 조정 가능성 첫 시사

"의료계, 집단행동 대신 '통일된 안' 제시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해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하여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의사들의 반발에 가로 막혀)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이행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증원 규모에 대해 조정 여지를 두면서, 대화체를 구성해 갈등을 풀어가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대국민 담화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일부에서 일시에 2000명을 늘리는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정부가 주먹구구식,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비난한다”며 “결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2000명은 국책연구소의 ‘의사 인력 수급 추계’ 결과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산출됐으며 인구·소득 변화 등 사회 여건도 종합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의사 현황을 나열하며 대한민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의사 수가 8만 명 가량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비정상적 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 의사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며 “2000명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러한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1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내원객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1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내원객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단계적 증원’ 방법론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애초에 점진적 증원이 가능했다면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 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이냐”고 반문하며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려면 마지막에는 초반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갈등을 매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게 아니다”며 “누군가 국민과 국익 만을 바라보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개혁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 미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어느 정부도 정치적 유불리 셈법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이렇게 방치돼 지금처럼 절박한 (의료)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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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증원 규모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선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정부 출범 이후 ‘의료현안협의체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등 다양한 협의기구를 통해 37차례 방안을 협의했지만 의료계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증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의료계(였다)”며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를 향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며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은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은 시간이 걸릴 뿐 이행할 것이라고 정부 방침을 재차 밝히면서도, 이들을 향해 의료 현장에 복귀해달라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또 수많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여러분을 제재하거나 처벌하고 싶겠냐”며 “국민이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와 공적 책무를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1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내원객과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1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내원객과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2000명 증원 조정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 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 규모에 있어 유연한 태도를 보인 건 처음이다.

그러면서 어서 대화를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 단체는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무엇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길인지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의료 관련 직역 간 광범위한 협력을 통해 의료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의료개혁을 위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를 말씀드린 바 있다”며 “국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도 좋다”고 강조했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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