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22세기엔 시민 대신 AI가 투표하는 세상이 온다

■'22세기 민주주의'

나리타 유스케 지음·서유진·이상현 옮김





‘22대 대한민국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뽑히기 위한 치열한 말싸움을 이어가고 있고,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 유권자들은 그들이 누구인지보다 그들의 ‘말의 향연’에만 집중하는 익숙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대의 민주주의는 분명 위기에 처해 있고 모두들 그 위기를 알고 있지만 선뜻 누구도 그 시스템에 손을 댈 생각은 하지 못한다. 민주주의 시스템을 수정하자는 주장은 전세계가 오랜 시간에 걸쳐 간신히 극복한 냉전의 시기로 돌아가자는 주장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 전문가인 나리타 유스케는 신간 ‘22세기 민주주의’를 통해 독자들에게 민주주의 제도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용감한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세계가 최선의 제도로 선택한 민주주의가 현재 중병을 앓고 있다며, ‘알고리듬’을 비롯한 정보통신(



IT) 기술을 통한 혁명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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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술을 통한 혁명의 방법은 복잡하다. 우선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웹 3.0등의 첨단 기술을 통해 ‘민의(民意)’를 데이터화 한다. 이 데이터는 정책 결정의 재료가 된다. 저자는 공상과학 영화 수준의 상상력을 통해 민의를 데이터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한다. 사람들의 표정 ,대화 등을 통해 소수자의 목소리까지 반영하자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러한 방식을 ‘무의식 데이터 민주주의’라고 정의한다. 무의식 데이터 민주주의의 세계에서 인간은 기계나 알고리듬에 의한 추천에 판단을 맡기고 잘못된 경우에만 문제를 제기한다. 인간의 의견은 ‘게이트 키핑’이 되는 셈이다.

또한 한 표를 사람이나 정당에 던지기보다 표를 잘개 쪼개 정책에 투표하자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결국 ‘정치인’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것으로 내다본다. 고양이 같은 존재가 정치인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저자의 상상은 마치 기괴하지만 그럴듯하다. 그의 의견을 종합해보자면 미래 세계에서 정치인은 ‘의회’라는 플랫폼에서 노동하는 ‘플랫폼 노동자’ 정도의 의미를 갖는 듯하다.

저자의 주장과 ‘무의식 데이터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은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린다. 하지만 지금 시민이, 인간이 정보를 취득한 후 이를 학습하고 가치판단해 하는 투표와 데이터에 입각해 AI가 내리는 판단 중 후자가 더 객관적일 수도 있다. 인간은 후보자의 감정적 호소와 분위기에 쉽게 마음을 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의 민주주의가 망가질대로 망가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국제 및 외교안보 분야에서 오랜 시간 활약해 온 현직 기자 부부가 공동 번역했다. 1만6800원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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