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도 불구하고 전공의·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의 96%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 중 34%는 향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2000명 증원에 대한 재논의 의사를 밝혔지만 여전히 의사들과의 간극이 크다는 방증이어서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전공의는 전공의·의대생 1581명이 참여한 ‘젊은 의사 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나흘간 온라인을 통해 실시된 여론조사에는 전체 전공의 1만 2774명과 의대생 1만 8348명 중 1581명(5.08%)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 중 과반의 인원이 적절한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해 ‘감축(64.1%)’이라고 답해 정부 입장과 큰 격차를 보였다. 세부적으로는 현행 의대 정원인 3058명보다 최대 500명을 줄인 ‘2558~3058명(34.8%)’이 가장 많았다. 이어 ‘2058명 이하(17.0%)’ ‘2058~2558명(12.3%)’ 순이었다. ‘정원 유지’라고 응답한 이들은 504명(31.9%)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응답자 96%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증원에 찬성한 나머지 인원도 적정 규모로 ‘3058~3558명(3.8%)’을 꼽아 2000명 증원안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이달 1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정원 2000명은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지만 젊은 의사들의 3분의 2 가까이가 정원 감축에 동의하면서 입장 차를 좁히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
조사 응답자 중 531명(33.6%)이 향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 수련 의향이 없는 이유로는 ‘정부와 여론의 의사 ‘악마화’에 환멸을 느껴서(87.4%)’라는 응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공의 수련을 희망하는 젊은 의사들은 수련 선행조건을 묻는 문항에서 ‘의대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93.0%)’와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등을 요구했다.
류옥하다 씨는 조사 결과에 대해 “대통령님은 어제 담화에서 비과학적이고 일방적인 2000명 증원을 고수하겠다고 했다”면서 “슬프게 이러한 상황에서는 (조사 결과처럼) 현실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전공의와 학생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병원을 떠난 것이지 결코 환자 곁을 떠난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젊은 의사들이 필수·지역·환자 중심 의료에 힘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사직 전공의들은 이번 주 중으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함께 휴학 의대생, 의대 교수들이 참여하는 ‘전국 암 환자 및 만성질환자 분류 프로젝트(NCTP)’를 개시해 치료 지연에 따른 위험도를 분류·평가한다. 류옥 씨는 “환자 분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으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