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는 우리 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의사이자 지성과 양식을 갖춘 성인들입니다. 대통령실이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을 고수한 채 이제 와 전공의와 만나자고 한들 수긍할 수 있겠습니까. "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전 서울대의대 교수 비대위원장)는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들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잘라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대통령을 향해 "전공의와 만나 가슴에 맺힌 억울함과 울분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하자 대통령실이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조심스럽게 '화해 무드'가 조성됐던 것과 동떨어진 견해를 내놓은 것이다. 정 교수는 "이미 골든타임은 지났다"며 "이제 악화일로 밖에는 답이 없다. 누구도 전공의들을 다시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절대적이지 않다'며 한발 물러서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전공의들은 병원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의대 증원 백지화, 의사 수를 과학적으로 추계하는 기구 설치, 전문의 인력 증원, 의사 사법 리스크 대책 마련, 업무개시 명령 폐지, 전공의 교육 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사과 등 7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떠난지 7주차에 접어들도록 뚜렷한 해결책이 마련되기는 커녕 만남조차 기약이 없는 상태다. 상반기 인턴 임용 등록을 마감하는 오늘(2일)까지도 인턴 합격자들 대부분은 등록을 마치지 않았다. 대전성모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직후 사직서를 제출한 류옥하다 씨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전공의와 의대생 1581명 중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다'고 답한 건 66%(1050명)에 그쳤다. 수련 의사를 밝힌 이들 중 93%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를 내세운 상황이다.
정 교수는 "전공의들이 그 흔한 시위 한번 하는 모습도 없다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전공의들은) 항의가 아닌 포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통령실이 전공의와 만나고 싶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서는 "의료계에 공을 던졌으니 우리 할 일은 끝났다는 태도로밖에 비치지 않는다"면서 "그런 사고방식으로는 현재 벌어지는 의료대란을 돌이킬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