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5월 미 공군 C-17A ‘글로브마스터Ⅲ’ 수송기가 경기 오산기지에 내려 앉았다. C-17A는 동체 길이가 53m에 달하는 대형 전략수송기다. 미국이 운용하는 수송기 중 덩치가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당시 C-17A는 미국 본토에서 출발했다. 이 수송기의 항적은 해외 민간 항공기추적 사이트에 포착돼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비밀스러운 대북 작전을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만, 수송기에는 뜻밖의 장비가 실렸다.
당시 국내외에 논란이 된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반입된 장비를 이 수송기를 이용해 실어 날랐다. 노후화한 발전기와 데이터 수집을 위한 전자장비, 운용시한이 넘은 일부 요격미사일, 요격미사일을 담을 발사관 등이었다.
보잉이 개발한 C-17 수송기는 날개폭 51.7m, 최대 77t의 화물을 적재하고 7600여㎞를 비행할 수 있다. M1 전차 1대와 스트라이커 경전차 3대, 장갑차 6대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다. 화물 20t 또는 장병 90명을 싣는 한국 공군 C-130J 슈퍼 허큘리스보다 수송 능력이 4배 정도 뛰어나다.
C-17A는 미국 대통령의 외국 방문에도 투입된다.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외국을 방문하면 대통령 전용차량인 ‘비스트’와 전용헬기 ‘마린원’, 경호차량과 장비 등은 C-17A로 수송된다. 미 공군은 C-17A 수송기 220여 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작사인 보잉 측은 추가 제작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전략·전술·공수 가능한 전천후 항공기
C-17A 수송기는 전략·전술·공수 등 모든 임무가 가능한 전천후 항공기다. 미 공군의 핵심 전략수송기로 대당 가격은 3억2800만 달러(약 3672억 원)에 달한다. 신속배치군 구상에 따라 제작한 새로운 개념의 군용수송기다. 미국 보잉사가 제작해 1991년 첫 비행을 한 C-17A는 대형 수송기를 최전선에 위치한 간이비행장까지 투입시킨다는 미 공군의 전략 구상에 의해 탄생했다.
C-17A는 비행거리가 7630㎞에 달해 중간 급유 없이 M-1 전차 1대 또는 스트라이커 장갑차 3대를 포함해 70t의 화물을 싣고 미국 본토에서 세계 각국의 미군기지로 날아갈 수 있다. 병력만 실을 경우 150여명을 태우는 게 가능하다. 최신 비행전자장비와 화물하역 적재시스템을 갖춰 승무원 3명이면 비행에 나설 수 있다.
특히 단거리 이착륙 능력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길이 910m, 폭 18m의 작은 활주로면 이착륙을 할 수 있다. 25m폭의 공간에서도 180도 회전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환경이 열악한 활주로에서 여러 차례 뜨고 내려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었다. 비행장 내 지상지원시설 없이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 역추진 장치까지 탑재해 후진도 용이하다.
지난 2018년 7월 북한 원산을 방문해 6·25 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가 담긴 운구함 55개를 오산기지로 이송하는 작전 때도 C-17이 투입됐다.
전략·전술을 물론 공수 임무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C-17A는 단거리 이착륙(STOL·Short Take-Off and Landing)에 특화돼 특히 기체 신뢰성이 높고 정비가 용이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모든 종류의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고, 전술 투하도 가능하다. 위급한 전장에 투입돼 다수의 부상자도 후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전천후 수송기로 꼽힌다.
무엇보다 작전지역이 사실상 전 세계로 긴급 전개 소요가 많은 미군의 특성상 C-17A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하루 반나절 안에 지구 반대편에 전개해야 하는 경우도 공정사단 및 공정군단에게 C-17A는 가장 핵심적인 기동수단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가장 독특한 장점은 대형 수송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착륙 거리를 길게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C-17A는 최소 3500피트(1067m) 길이에 90피트(약 27.5m) 폭을 가진 활주로만 확보되면 안정적인 이륙이 가능하다. 착륙도 화물을 최대한으로 적재한 상태에서 2700피트(823m)만 확보되면 착륙할 수 있다.
또 화물적재량도 75.52톤(77,520kg)에 달해 화물적재량이 20.4톤인 C-130이나 80톤인 AN-22, 66톤인 Y-20 혹은 37톤인 A400M보다 크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첫 공수작전 수행
C-17A로 구성된 첫 비행대대인 미 제17공중수송비행대대가 1995년 1월 창설돼 실전 운용에 들어갔다. 현재 미 공군의 C-17A는 공군 기동사령부에서 운용 중이다. C-17A가 본격적으로 전쟁터를 누빈 것은 이라크 자유 작전의 일부로 2003년에 실시된 북부 지연 작전(Operation Northern Delay)부터다. 이 작전은 약 1000명의 미 공정부대원들이 공정 강하를 실시하면서 C-17A의 첫 공수작전으로 기록됐다.
C-17A는 처음엔 맥도넬-더글러스에서 생산했지만, 보잉이 1997년 맥도넬-더글러스를 합병하면서 생산자가 변경됐다. 보잉은 미 연방정부의 예산 삭감 영향 때문에 국방비가 삭감되면서 C-17 도입 대수가 줄자 해당 기체의 생산 라인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하고 2015년에 최종 기체인 279호기를 생산해 인도한 이후 양산 20년 만에 생산 라인을 완전히 폐쇄했다.
이에 C-17A는 총 223대가 미군에게 인도됐고, 34대가 해외로 수출됐다. C-17A는 미국을 제외한 총 7개국 이상에 판매됐다. 미 공군 외에 영국 왕립 공군, 호주 왕립 공군, 캐나다 왕립 공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등이 운용하고 있다. 인도와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C-17A를 운용 중 이다.
그렇다면 미국 본토에서 C-17A 수송기가 뜨게 되면 북한 지휘부가 왜 촉각을 곤두세울까.
한미연합 작계 5015에 따르면 미 B-52H 폭격기는 순항미사일 발사 플랫폼으로 제주 남방 해역에서 대량의 미사일을 발사하게 돼 있다. B-52H가 한반도를 전개할 경우 제주 남서쪽 공역에서 한미연합 작계에 따라 대량의 순항미사일을 모의 발사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하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수송기’과 함께 움직였던 정황이 포착되면서 군 안팎으로 여러 추측이 나왔다. 훈련 내내 B-52H 폭격기를 따라다닌 이 항공기는 F-22와 B-52H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사실 B-52H 폭격기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이 수송기는 기체번호가 뚜렷하지 않고 ADS-B 기록도 없지만, 수직미익에 선명한 노란색 띠와 파란색 사각형 박스 덕분에 소속부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합동기지에 주둔하는 제315공수비행단이다. 이 부대는 미 공군 예비군사령부(AFRC) 예하로 C-17A 수송기를 운용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기본 임무는 병력과 화물 운송이지만, 2021년부터 ‘래피드 드래건(Rapid Dragon)’ 시스템을 운용하는 ‘미사일 캐리어’ 임무가 추가됐다. ‘래피드 드래건’은 표준 항공 화물용 팰릿을 연장·개조한 탄약 투발 장치로, 수송기에서 투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수송기를 폭격기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투발 장치에는 GPS 유도폭탄인 JDAM이나 스텔스 장거리 순항미사일인 ‘JASSM’이 주로 탑재된다. 이 특수 팰릿엔 길이 5.2m, 폭 2.6m로 위에 최대 9발의 JASSM 미사일이 실릴 수 있다,
스텔스 미사일 72발 투하 폭격기로 변신
즉, 고고도를 비행하는 수송기가 공중에서 후방 도어를 열고 이 팰릿을 통째로 투하하면 팰릿 상단에 설치된 낙하산이 전개된다. 팰릿은 서서히 낙하하면서 안에 실린 미사일을 연달아 투하해 발사한다. C-17A 수송기의 화물실은 길이 약 26m, 폭 5.5m로 JASSM 9발들이 팰릿이 최대 8개까지 실린다. 이 수송기 1대가 공중에서 쏠 수 있는 JASSM 미사일이 최대 72발에 달해 가공할 위력을 가진 폭격기로 변신이 가능한 셈이다.
B-52H 폭격기의 JASSM 탑재 능력이 최대 20발에 불과해 그야말로 가공할 위력이다. 현재 미군이 운용하는 JASSM 미사일은 사거리 연장형인 ‘JASSM-ER’이 표준이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960km에 달하며, 스텔스 설계를 채택해 북한의 방공망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수송기는 비행장들을 최단 경로로 오가며 화물을 실어 나르는 항공기다. 하지만 ‘래피드 드래건’ 운용이 가능해져 전략폭격기는 물론이고 전략수송기에서도 스텔스 공대지 미사일을 대량으로 쏟아부을 수 있게 되면서 북한을 더욱 떨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훈련은 이 같은 메시지를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역내 적성국들에 분명히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군사 전문가는 “장거리 순항미사일 ‘JASSM’을 가득 실은 수송기가 공중에서 미사일을 투하하기 전까지 그 수송기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따라서 한반도와 일본 주변을 수시로 날아다니는 C-17A 수송기는 B-52H나 B-1B 폭격기보다 더 위협적인 ‘미사일 캐리어’로 경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