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회동 성사 몰랐던 의료계…"밀실 만남에 밀실 합의 우려"

■尹-전공의 전격 회동

"왜 이 시점에 만나나" 의혹 쏟아져

박단 "요구안 외 합의 없다" 해명

일각선 "결과 지켜보자" 신중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고 밝힌 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고 밝힌 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는 혼란에 빠졌다. 대다수 전공의들은 동의하기는커녕 만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 만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거나 ‘밀실 합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등의 의혹을 쏟아냈다.



사직 전공의인 류옥하다 씨(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비대위원장)는 이날 개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대전협 비대위 12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공의, 의대생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이번 만남을) 알았다”며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 성사는 독단적인 밀실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전협은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직후인 2월 중순께 박 위원장이 공개 사직하고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박 위원장을 비롯해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등에 소속된 전공의 11명으로 구성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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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만남 역시 전날 밤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이들의 대표성을 문제 삼는 의견이 대두됐다. 류옥하다 씨는 “정부가 신뢰할 만한 조치를 보이지 않으면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게 젊은 의사들 다수의 여론”이라며 “밀실 결정에 이은 밀실 만남이 성사된 데서 2020년 ‘기습 합의’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은 병원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의대 증원 백지화, 의사 수를 과학적으로 추계하는 기구 설치, 전문의 인력 증원, 의사 사법 리스크 대책 마련, 업무개시명령 폐지, 전공의 교육 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사과 등 7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한 상태다. 전체 여론을 의식한 듯 박 위원장은 대통령과의 만남에 앞서 대의원 공지를 통해 “요구안에서 벗어나는 밀실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개원의 등 의료계에서도 이번 만남에 관해 의견이 분분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이날 오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봄 오고 꽃이 조금씩 피는 것 같지만 함부로 ‘물밑’에서 놀면 큰일 날 날씨 같네요”라는 게시글을 올리자 ‘의협 회장조차 (이번 만남을) 몰랐던 것이냐’는 의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일단 회동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론과 함께 의료계 내부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는 “(비공개로 만나더라도) 모든 결과가 공개될 텐데 황당한 결과가 나올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전체 전공의들의 뜻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불신임 등 후폭풍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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