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0년후 교량·터널 46% 노후화…'육안검사' 의존 벗어나야

[정자교 붕괴1년…대한민국 안전진단] <상>빠르게 늙는 공공시설물

2032년 '준공 30년' 시설물 7만개 ↑

눈대중 검사에 전조증상 파악 어렵고

점검 방식·대상 구체적 기준 없어

관리인력 부족·전문성 결여도 한몫

스마트 시설물 점검 시스템 구축 시급





경제 성장기에 우후죽순으로 지어진 교량·터널·항만·건축물 등 국내 공공시설물 10개 가운데 5개가 준공 20년을 넘기면서 빠르게 노후화하고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육안 검사’에 치중한 점검 방식과 부족한 관리 인력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공공시설물 16만 5282개 중 7만 7475개(46%)가 준공 20년(2022년 12월 기준)을 넘겼다. 준공 30년이 지난 시설물의 경우 전체의 16.9%인 3만 476개인데 2032년에는 7만 7475개(46.9%)로 급증한다.

문제는 시설물 안전 점검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시설물 안전 및 유지에 관한 특별법’이 점검 방식을 ‘육안 검사’ 위주로만 명시하는 등 점검 대상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육안 조사 위주로 이뤄진 시설물 안전 점검이 위험한 상태의 시설물을 구별해내지 못하면서 향후 보수 등 사후 조치가 실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4월 5일 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성남시 정자교 붕괴 사고는 안전 점검이 사고의 전조 증상을 경고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토안전관리원 사고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교면 포장 하부의 콘크리트와 캔틸레버(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된 보) 사이의 접착력 상실이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졌다.

관련기사



2종 시설물에 속하는 정자교는 2021년 정밀 안전 점검에서 보통(C등급)을 받았다. 당시 ‘교면 포장 균열 및 망상균열 증가로 전면 재포장을 고려’하라는 검사 결과를 받았지만 이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붕괴 4개월 전 정기 점검에서는 양호(B등급)를 받았다. 외부 균열을 조기에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을 뿐더러 육안으로는 조사의 한계가 있는 교면 포장 하부의 바닥판 손상을 함께 조사하지 못한 탓에 붕괴의 전조 증상을 파악하고도 조기에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이다.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은 “현행 비근접 육안 점검으로는 콘크리트 들뜸 등 결함을 잡아내기 어렵다”며 “영국·일본 등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처럼 근접해서 육안 및 점검 도구를 이용하도록 규정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리 인력의 부족과 전문성 결여도 시설물 안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특히 2022년 12월 기준 전체 공공시설물 16만 5282개 중 11만 3434개를 담당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인력난 문제가 심각했다. 지자체 안전 관리 및 유지 보수 업무 담당 인력 1명이 관리하는 전체 공공시설물은 73.65개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공무원 이외에 직접 점검 및 보수 작업을 수행하는 전문 인력의 자격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학 졸업 후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3년의 경력이면 1·2종 시설물에 대한 정밀 안전 점검을 수행하는 고급 기술자 자격을 얻는다. 현장 경력 3년의 점검 인력이 정기 안전 점검 및 정밀 안전 점검 수행을 도맡아 하는 셈이다.

이채규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 원장은 “한 사람당 많게는 120개씩 관리하기도 하는데 공무원 특성상 다른 곳에 발령 나면 업무 연속성, 전문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앞으로는 모든 것을 인력으로 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스마트 시설물 점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령 기자·정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