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콘텐츠 기업 디즈니가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세를 막아낸 가운데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가 오는 6월부터 계정 공유 차단에 나설 전망이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시행한 뒤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 영향을 받은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 CNN 등에 따르면 디즈니의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디즈니플러스 스트리밍 서비스가 6월부터 일부 국가에서 계정 공유 단속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9월부터 공유 단속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일 행동주의 투자지 넬슨 펠츠와 표 대결에 승리한 지 하루 만에 밝힌 내용이다. 다만 어느 나라에서 처음으로 시행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디즈니를 포함한 많은 스트리밍 업체들은 그간 사용자들이 계정을 공유하는 것에 크게 제한을 두진 않았다. 다양한 기기에서 다수의 로그인이 발견될 경우 해당 계정에 이메일을 보내는 등 조치에 그쳐왔다. 하지만 스트리밍 업체들 간 경쟁이 격화되고 시장의 성장세도 꺾이기 시작하자 적극적인 조치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디즈니 역시 새 방침을 꺼낸 것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계정 공유 단속에 앞장섰던 넷플릭스의 사례를 주목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지난해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계정 공유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정작 회사의 수익성 지표는 좋아지자 업계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CNN이 데이터 분석 업체 안테나의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넷플릭스가 지난해 5월 계정 공유 금지를 밝힌 직후 이틀 간 10만 개의 신규 계정이 생성됐다. 아이거 CEO도 “스트리밍의 표준인 넷플릭스는 놀라운 일을 해냈고 다양한 방향을 제시했다”며 “그들이 성취한 것만 우리도 성취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이거 CEO는 또 디즈니플러스에 대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를 단순히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사업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디즈니는 3일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아이거 CEO 등 경영진이 제안한 이사회 멤버 12명 각각에 대한 재선임안이 주주들의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에 아이거 CEO는 주주총회장에서 “우선 순위인 주주를 위한 성장과 가치 창출, 소비자를 위한 창의적 우수성에 100%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