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회동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양측이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의정(醫政) 갈등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그동안 불협화음을 보이던 전공의,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대 교수들이 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예고하면서 의정 대화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주 안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함께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과 관련된 '합동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의료계 단체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응하고자 힘을 합쳐 한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에서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저희가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이제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곳에 모여서 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결과를 공개하면서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회동에 대해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고 평가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박 위원장이 대통령과의 회동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는 글을 올리면서 사실상 파행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의협 비대위가 '긍정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교착 상태로 여겨졌던 상황이 반전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휴강 중인 의대들도 수업 재개에 나선다. 학사일정상 4월 중순을 넘어갈 경우 의대생 대량 유급 사태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북대는 8일부터 의과대학 수업을 재개하기로 하고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공지했다. 본과 1~2학년 강의는 8일 재개하고, 본과 3~4학년은 15일부터 병원에서 임상실습을 시작한다. 전북대 의대도 8일 수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수업 재개 직후에는 우선 대면 강의와 비대면 강의를 병행해 학사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남대도 이달 중순 수업을 재개할 예정이며, 가천대는 이달 1일부터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학교 수업일수를 '매 학년도 30주 이상'으로 정하고 있어 통상 학기당 15주 이상의 수업시수를 확보해야 한다. 대학들이 이달 중하순을 개강 '마지노선'으로 잡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집단 유급을 우려한 대학들이 속속 수업을 재개하면서 그간 휴학계를 내고 수업·실습을 거부했던 의대생 상당수가 학교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각 대학은 지도교수 등 교수진이 개별 면담을 통해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는 데다, 복귀에 대한 부담감을 고려해 비대면 온라인 수업 등의 자구책을 마련한 상황인 만큼 상당수 학생이 이달부터 수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수업 재개 이후에도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급이 현실화할 수 있다. 대부분 의대는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된다. 교육부도 유급 사태를 피하기 위해 각 대학이 수업을 재개했는지 여부와, 재개하지 않았다면 언제 시작할 것인지 등을 이번 주에 파악해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