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 제조사들이 ‘패스트 팔로어(추격자)’로서 ‘퍼스트 무버(선도자)’인 삼성전자(005930)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AI폰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와 유사한 AI 기능을 제공하면서 자체 반도체 탑재와 보급형 제품 출시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에 AI폰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중국 제조사들의 돌풍이 거세게 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시나닷컴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화웨이는 스마트폰 신제품인 ‘P70’ 시리즈를 이달 중 출시한다. P70 시리즈에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대규언어모델(LLM) ‘판구’가 탑재됐다. 생성형 AI 서비스 기반 음성 비서와 번역, 카메라 촬영 기술이 내장될 것으로 보인다. P70 시리즈는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화웨이의 고성능 반도체 조달을 차단한 후 두 번째로 출시되는 스마트폰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미국 제재 이후 약 4년 만에 자체 개발한 반도체 ‘기린9000S’를 탑재한 ‘메이트60’ 시리즈를 출시한 바 있다. P70 시리즈에도 ‘기린9009S’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샤오미를 비롯해 레드미·리얼미·아너 등 중저가폰을 주로 파는 중국 제조사들 자사 제품에 퀄컴의 ‘스냅드래곤8s’ 3세대 탑재를 공식화하며 AI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제조사들은 보급형 제품 공급에 강점이 있는 만큼 가성비를 앞세워 AI폰 대중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샤오미가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공개한 ‘시비4 프로’는 고성능 칩인 스냅드래곤8s 3세대를 탑재했음에도 가격이 2999위안(약 55만 원)에 불과하다. 갤럭시 S24 시리즈와 비교하면 절반 가격이다. 시비4 프로는 실시간 번역과 요약, 문구 생성, 이미지 생성과 편집 등 다양한 생성형 AI 기능을 지원한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오포는 1월 자체 LLM ‘안데스GPT’가 탑재된 스마트폰 ‘파인드 X7’을 전 세계에 출시했다. 가격은 최저 3799위안(약 70만 원)으로 이미지에서 개체를 자연스럽게 제거하는 기능과 AI 통화 요약 기능을 제공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 AI폰 시장은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하는 삼성전자와 중저가 수요로 외연을 넓히는 중국 업체 간 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전자가 중국 제조사들의 협공 속에서 AI폰 시장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AI 기술 탑재와 함께 보급형 AI폰을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