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옐런 '과잉생산' 지적에도…中, 93조원 들여 '첨단기술굴기'

"공급과잉 근거없는 비난" 일축

기술혁신 기업 등에 특별 대출

양회서 강조 '기술자립' 뒷받침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8일 중국 베이징 인민은행을 방문해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와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8일 중국 베이징 인민은행을 방문해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와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자국 첨단 과학기술 기업 육성을 위해 5000억 위안(약 93조 40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선다.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올해 양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기술 자립과 첨단 분야의 질적 성장을 강조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지원 사격에 나선 셈이다. 중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리창 총리를 비롯한 중국 지도부를 만나 중국의 공급 과잉을 지적하고 있지만 중국은 근거 없는 비난이라 일축하며 ‘첨단 기술 굴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8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전날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과학기술 혁신, 기술 개조, 장비 갱신 등 지원 목적으로 자국 기업들에 ‘특별 재대출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한은 1년, 이자율은 1.75%이며 최대 2회 연장 가능하다. 중국개발은행, 우정저축은행, 국유 상업은행 등 21개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며 이들 기관이 발생시킨 ‘적격 대출’에 대해 인민은행은 대출 원금 60%에 해당하는 재대출을 제공한다. 인민은행은 “금융기관이 초기 개발 단계 또는 성장 단계에 있는 과학기술 분야의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 지원을 강화하고 핵심 부문의 디지털화를 돕기 위한 기술 혁신 및 장비 갱신 프로젝트를 장려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서방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첨단 기술 분야의 투자와 육성을 이어가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3월 양회 이후 첨단 산업 분야에서 ‘신품질 생산력’을 바탕으로 중국이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기술 선도자(First mover)’로 도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품질 생산력’은 지난해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헤이룽장성 시찰 때 처음 언급한 개념으로 대량의 자원 투입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생산력과 달리 기술 혁신이 주도하는 생산력을 의미한다. 리 총리는 양회 업무보고에서 신품질 생산력을 강조하며 산업망·공급망 고도화,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 히든 챔피언 육성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인민은행의 재대출 계획은 업무 보고에서 밝힌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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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방중 중인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패널 분야 등에 대한 과잉 생산 문제를 지속해 제기하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리 총리, 허리펑 부총리와 연이어 만나며 중국의 공급 과잉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첨단 기술 규제와 함께 공급 과잉 문제를 집중 제기하는 상황이다.

반면 리 총리는 전날 옐런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태양광 패널, 전기차 저가 생산 문제는 시장 원리상 세계에 도움을 준다고 반박했다.

이날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전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도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연합(EU) 내 중국계 전기 자동차 업체들의 원탁회의를 주재하며 중국 전기차의 과잉생산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비난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중국의 전기차 회사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생산 및 공급망의 개선, 시장 경쟁의 발전에 의해 발전해왔다”며 “보조금에 의존해 경쟁 우위를 확보한 것이 아니며 ‘과잉 생산’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비난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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