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의료 체계 왜곡하는 실손보험, 도입 취지 맞게 대수술하라


정부가 의료 체계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실손보험을 적극 개선하겠다고 8일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실손보험이 비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과다한 보상으로 보상 체계의 불공정성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며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를 합리화해 필수 의료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과잉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해 이달 15일부터 모든 병의원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 보고제를 실시한다. 실손보험은 비급여 항목의 70~100%를 보장하면서 과잉 진료의 원인이 돼왔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3997만 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하는 사이 복지부와 금융위원회의 관리 소홀로 기형적 의료 보상 체계와 의료비 부담 증가의 주범이 됐다. 실손보험이 의사와 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면서 비급여 진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3년 17조 7129억 원이었던 비급여 본인 부담액은 2022년 32조 3213억 원까지 늘었다. 실손보험 덕에 안과·정형외과·피부과 등에서 고가의 경증 치료를 통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확립되면서 필수 의료 분야의 구인난은 갈수록 심해졌다. 게다가 실손보험은 급여 항목에 비급여를 ‘끼워 파는’ 혼합 진료를 증가시켜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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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 없이는 필수 의료 붕괴와 의료비 증가의 구조적인 원인을 바로잡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실손보험 제도를 네 차례 손봤지만 이는 보험사의 손해율 급증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진 임시방편식 개선안에 불과했다. 정부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만들겠다고 하니 늦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독일·일본·호주 등과 같이 비급여 진료 항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과잉 진료를 적절히 억제하는 것이 절실하다. 아울러 비급여 보고 제도를 활성화해 비급여 진료비 관리 체계 및 국민의 알권리 보장도 강화해야 한다. 실손보험을 도입한 취지는 공적 보험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이었다. 본래 취지에 맞춰 합리적인 보험료와 보장 범위를 갖춘 실손보험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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