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호 2번 권영세입니다. 제가 큰 딸이에요. 꼭 한 표 부탁드립니다.”
4·10 총선 지역구 후보자들이 피말리는 막판 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선거처럼 발 벗고 후보자를 돕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후보자의 부모, 배우자, 자녀 등 가족들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국 격전지와 각 당의 험지 곳곳에서 후보자의 가족들이 지원 유세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직업 정치인이 아닌 평범한 학생, 직장인, 혹은 주부들이지만 자신들이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나 지지를 호소한다면 후보자의 당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마음이다.
서울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용산에 출마한 권영세 후보의 경우 직장인인 두 딸이 권 후보와는 별도로 매일 지역구를 돌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명함을 돌리고 있다. 20대 직장인인 차녀는 권 후보가 예비후보로 등록했을 때부터 앞뒤로 ‘작은 딸’이라고 적힌 빨간색 조끼를 입고 퇴근 후 저녁과 주말에 이태원 등을 도보로 이동하며 지원 유세를 했다.
장녀 역시 직장에 연차를 내고 평일에도 시민들을 만났다. 권 후보 측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께서 반갑게 가족분들을 반겨주신다고 들었다”며 “선거 막판엔 모든 후보자들이 체력이 고갈될 때인데 가족들의 지원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배우자들도 적극적인 ‘유세 내조’를 펼치고 있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종로구 후보의 아내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 씨는 전날 직접 유세차에 올라 “아버지(노무현 전 대통령)가 돌아가시고 종로를 떠났다가 셋째(아이)를 데리고 종로로 돌아왔다”며 “제가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곽 후보는 부족한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원모 국민의힘 경기 용인갑 후보의 배우자 신지연 씨는 7일 플로깅(조깅이나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위)을 활용해 선거운동을 벌였다. 신 씨는 “주민 여러분께 행복을 드리고, 빛나는 미래를 함께 열어보고 싶다”며 “마지막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신 씨가 이 후보와 함께 나란히 서서 주민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거나 함께 유세차에 오르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부모는 7일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이 후보 지지를 부탁했다. 이들은 지난달 초부터 화성을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서 지내면서 이 후보와는 별도로 주민들을 만나왔다. 이 후보 어머니 김향자 씨는 연설에서 “준석이가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서 물러날 때 힘들게 버티고 있는 아들 앞에서 내가 ‘힘들지?’라고 얘기하면 우리 아들이 무너지겠구나 싶었다”며 “그래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밥을 해주고 아들 집을 나와 아파트 주차장에서 혼자 한 3시간을 울었다”는 일화를 전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험지’에서 뛰는 아버지를 위해 무릎을 꿇은 아들도 있다. 정운천 국민의힘 전주을 후보의 40대 아들은 7일 '아버지 도와주세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지역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정 후보의 아들은 이 팻말을 들고 혼자서 지역구 곳곳을 다니며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들이 무릎 꿇고 인사를 드리고 있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서 해당 사진을 올렸다.